[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에 거짓말을 했다고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저희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습니다. 일종의 전략적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까요? 상황상 노코멘트를 해야 하다 보니 거짓말이 된 것뿐입니다. 노코멘트는 절대 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에 대한 정보가 더 충분하다면, 그에 맞는 좀더 나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내용으로만 보면, 기업 내부에서 노코멘트와 거짓말에 대한 개념을 약간 혼동하고 계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흔한 조언으로 “노코멘트를 하지 말라” “노코멘트는 곧 (죄를 인정하는) 코멘트다” 같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노코멘트’란 위기, 이슈 발생 시 기업이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침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황을 접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당연히 무언가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고 기대하게 될 텐데, 그 시기에 기업이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경우지요.
그 경우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은 ‘이상하다. 저 기업은 왜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을까? 이유가 뭘까?’ 의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 기업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는 포지션이 정해졌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현재의 상황은 자신들만 조용히 하면 흘러가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런 여러 의심을 받게 되는데, 그로 인한 추가적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노코멘트 보다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노코멘트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질문에서 ‘노코멘트 해야 하지만 노코멘트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차라리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의 말씀하셨는데요. 노코멘트보다 사실 더 중대한 부정성을 지닌 것이 거짓말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위기, 이슈관리 주체의 신뢰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신뢰 얻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위기나 이슈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기업은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노코멘트를 선택하곤 합니다. 노코멘트 하지 않으려 거짓말로 둘러 댔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것입니다.

위기,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노코멘트는 대체적으로 ‘무능’을 의미합니다. 반면 거짓말은 ‘악함’을 의미합니다. 관련 비유 중 ‘바보와 악당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책임이 중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위기관리 주체는 스스로 바보로 포지셔닝 할 것인가 아니면 악당으로 포지셔닝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지요.
그 경우 대부분 기업은 차라리 바보 포지션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노코멘트를 해서라도 거짓말을 피하고, 그냥 무능한 기업으로 보여서 라도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전략적 노코멘트라는 것은 있지만, 전략적 거짓말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거짓말은 해도 최악이고, 그렇게 평가받는 것도 최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