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에 치명타를 입힌 '일어서는 사자(Operation Rising Lion)' 작전의 배후에는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수년간에 걸친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사드는 이란 내부에 드론과 정밀 유도 무기를 사전에 밀반입해 은닉한 뒤, 작전 개시와 함께 요인 암살과 방공망 무력화에 동원하는 대담한 전술을 사용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사드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이란 국경 내부와 수도 테헤란 인근에 드론과 무기를 숨겨두었다가 작전 신호에 맞춰 목표물을 일제히 타격했다. 이란 측 역시 일부 공격이 자국 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의 첫 단계는 이란 군부의 핵심 결정권자들을 제거하는 '요인 암살'이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골람알리 라시드 IRGC 중앙사령관 등 군 최고 지휘관들이 주요 표적이 됐다. 이들 중 다수는 자택 침실에서 드론 공격 등으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모사드가 이들의 동선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모하마드 테헤란치, 페레이둔 압바시 등 최소 6명의 핵과학자도 이번 공격으로 사망했다.
모사드는 단순히 암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2선 지휘관들에게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며 찾아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방공망 무력화 역시 모사드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모사드 특공대는 이란 내부에 정밀 유도 무기를 밀반입해 작전 당일 이란군의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파괴했다. 또한, 테헤란 인근에 구축한 자폭 드론 기지를 이용해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 이란의 반격 능력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의 군사 자산을 공격한 '거미줄 작전'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작전 수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이스라엘 드론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유유히 공격하는 장면이 담겨 이란 내에서 모사드의 작전 능력이 신격화되는 효과를 낳았다고 CNN은 분석했다. 워싱턴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모사드는 수년째 이란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사드의 이러한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헤즈볼라 대원들의 무선 호출기를 원격 폭파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2020년 이란의 핵심 핵과학자를 암살하는 등 과거에도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70년 그림자 전쟁과 중동의 미래
나는 레바논에 참전했을 때 가문끼리의 싸움이 초래한 비참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한 족장의 머리가 깨져서 뇌가 거리에 흩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족장의 부인과 어린아이들의 시체가 있었다.
이때 살아남은 한 아이가 족장의 뇌수를 한 움큼 쥐더니 집어삼켰다.
이것이 레바논 사람들이 가문끼리의 싸움에서 하는 행동이다.
뇌를 먹어 삼켜라.
그렇게 힘의 근원을 취하라. 나는 여러분의 뇌가 다른 자들에게 먹히기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
뇌를 먹는 사람은 여러분이어야 한다.
-모사드 10대 국장 메이어 다간 취임사-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는 단순한 첩보 조직이 아니다. 하나의 신화이자,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생존 본능이 응축된 날카로운 칼날이며 방패다. 지난 70여 년간 전설적인 작전과 냉혹한 공작으로 세계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으며 특히 수십 년간 이란과 벌여온 '그림자 전쟁(Shadow War)'의 주역이다.
모사드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열쇠는 '생존'이라는 절대명제에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직후 적대적인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모사드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규합하는 초기 임무에서 시작해 단순한 정보기관을 넘어 '국가 건설의 선봉대'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생적 절박함은 "기만에 의하여 전쟁을 수행한다"는 모토로 대표되는 '결과지상주의' 철학을 낳았다. 목적 달성을 위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총리 직속 기관으로서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는 이러한 DNA를 더욱 강화했다.
이 철학은 모사드만의 독특한 인적 자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암살·납치 등 특수공작을 전담하는 최정예 실행부대 '키돈(Kidon, 총검)'은 국가 생존을 위해 초법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 퍼진 유대인 협력자 네트워크 '사야님(Sayanim, 조력자)'은 소수의 정규 요원만으로 전 세계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하는 다른 정보기관은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자산이다. 이들이 모두 모여 생존이라는 대의 아래 보이지 않는 손과 발이 되어 모사드의 신화를 완성했다.

모사드의 명성은 세계를 놀라게 한 대담한 성공들로 쌓아 올려졌다. 특히 1960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단순한 전범 검거를 넘어, 유대 민족의 역사적 정의를 실현하고 신생 국가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전 세계에 증명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1976년 엔테베 인질 구출 작전에서는 군과의 완벽한 정보-군사 협력 모델을 제시하며 그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실패도 있었다. 당장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한 피의 보복인 '신의 분노' 작전은 9년에 걸쳐 관련자들을 모두 암살하며 "테러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공포를 심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1973년 '릴레함메르 사건'은 최악의 오점으로 남았다.
무고한 민간인을 오인 사살한 이 사건으로 유럽 공작망이 붕괴되는 등 조직은 큰 타격을 입었다. 1997년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 암살 미수 사건은 오만과 안일함이 부른 굴욕적인 실패로 역사에 남았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뼈아픈 실패들은 모사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조직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작전의 정교함을 다듬으며 리더십을 쇄신했다. 특히 2000년대 초 메이어 다간 국장의 주도하에 단행된 대대적인 조직 개혁은 이후 이란과의 '그림자 전쟁'에서 보여준 치밀하고 대담한 작전 수행 능력의 밑거름이 되었다.
1979년 이란 혁명은 모사드의 칼끝이 향할 주적을 명확히 한 계기였다.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규정하고 핵 개발에 착수한 이란은 모사드의 최우선 순위이자 '실존적 위협'이 되었으며, 이후 20여 년간 이어진 이란과의 '그림자 전쟁'에서 모사드는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장의 서막, 스턱스넷(Stuxnet)이 대표적이다. 2010년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강타한 이 웜 바이러스는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파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이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적국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를 연 판도라의 상자였다.

전통적 공작인 암살을 첨단 기술과도 결합했다. 당장 오토바이 자석 폭탄에서 시작된 핵 과학자 암살은 2020년 '핵개발의 아버지' 파크리자데 암살에서 정점을 찍었다.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과 위성 원격 조종 기관총의 결합은 단순한 표적 제거를 넘어,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는 극도의 심리적 공포를 적에게 각인시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2018년 테헤란 심장부에서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 문서 500kg을 훔쳐낸 작전도 세계 첩보 활동의 정수였다. 이는 단순 정보 수집이 아니다. 이란의 '거짓말'을 만천하에 폭로함으로써 2015년 핵 합의(JCPOA)의 명분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탈퇴를 이끌어내는 등 국제 정치 지형을 뒤바꾼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었다.
모사드는 점점 강해졌다. 2020년 메이어 다간이 취임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했으며 더 대담해지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실제로 수십 년간 물밑에서 진행되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암투는 2024년을 지나며 마침내 양국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폭발했다. 그리고 이는 모사드에게도 '그림자 전쟁'의 시대가 끝나고 '정보-군사 융합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모사드는 더 이상 군의 '눈과 귀'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란 수뇌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타격 좌표를 제공하고, 특공대를 사전 침투시켜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등 군사 작전의 '설계자'이자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로 전면에 나섰다. 방어에서도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 90% 이상의 경이적인 요격 성공률을 뒷받침했다. 정보와 군사력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그렇게 모사드의 대이란 공작은 이란의 핵 시계를 상당 기간 늦추는 전술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스라엘에게 대응책을 마련할 귀중한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다만 이 성공은 깊은 딜레마를 잉태하고 있다. 모사드의 무자비한 공작은 이란의 적개심과 핵 개발 의지를 오히려 강화시켰고, 보복의 악순환을 낳으며 결국 중동 전체를 전면전의 위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안보를 위한 행위가 역설적으로 더 큰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동력이 된 셈이다.

이제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에 대한 파괴 능력을 인지하는 '불안정한 억제' 상태에 놓여있다. 그리고 모사드의 정밀 타격 능력은 이스라엘 억제력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오판이나 과잉 대응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뇌관이라는 딜레마와 만나게 됐다.
모사드의 70년 역사는 "국가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영원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은 "비밀 공작이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는 더 위험하고 격렬하며 현실적인 질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사드의 이야기가 더 이상 한 국가의 특수한 역사가 아니라, 스파이와 군인의 경계가 사라진 21세기 미래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예고편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