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비즈니스 허브 ‘녹색 저탄소 기술 코리아 2025’ 현장.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EU 비즈니스 허브 ‘녹색 저탄소 기술 코리아 2025’ 현장.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녹색 기술 장려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자 글로벌 친환경 기업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각국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녹색 기업들이 한국에서 새롭게 사업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새로운 ‘코리안 드림’이다.

EU 중소·스타트업과 한국 기업 간 1대 1 비즈니스 매칭을 제공하는 ‘EU 비즈니스 허브’에서도 이런 기조가 두드러졌다. EU 비즈니스 허브의 세 번째 프로그램 ‘녹색 저탄소 기술 코리아 2025’가 지난 6월 1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가운데, 한국을 찾은 유럽 기업들은 하나같이 “한국 기업과 협업을 원한다”며 입을 모았다.

스페인의 부유식 해양 에너지 엔지니어링 기업 ‘블루뉴에이블스 SL’과 에스토니아의 수소연료전지 드론 제조기업 ‘스카이코프 테크놀로지스’를 직접 만나 이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와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해안 많은 한국, 부유식 에너지 플랫폼 유리해”

스페인 블루뉴에이블스는 해상 부유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 중이다. 2019년 설립 이후 현재 5개 분야를 주력으로 사업 중이다.

오스카 세인즈 블루뉴에이블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풍력발전 관련 세 가지 기술과 태양광, 중력기반하부구조물(GBS)기술에서 특허를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뉴에이블스는 한국 만의 특수한 신재생에너지 환경에 집중했다.

한국은 각 해역 별 수심 차이가 크고, 조수간만 차도 천차만별이다. 기존의 해저 설치식 풍력발전 형식으로는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육상풍력발전 역시 넓은 부지 확보 문제와 소음 및 환경 공해 문제로 시장 확대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블루뉴에이블스가 집중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을 이용하면 일련의 제약사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는 설명이다.

세인즈 CTO는 “우리 사업은 바다를 기반으로 하기에, 해양 환경 데이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해양 지형에 따른 맞춤 설계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오스카 세인즈 블루뉴에이블스 SL CTO(오른쪽)과 세실리오 바라호나 블루뉴에이블스 SL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가 자사 부유식 태양광 플랫폼을 소개 중이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오스카 세인즈 블루뉴에이블스 SL CTO(오른쪽)과 세실리오 바라호나 블루뉴에이블스 SL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가 자사 부유식 태양광 플랫폼을 소개 중이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들의 태양광 사업 역시 부유식 해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국토의 70%인 한국은 그간 넓은 부지를 요하는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부유식 태양광 플랫폼은 해상풍력과 마찬가지로 이런 지리적, 환경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그리고 블루뉴에이블스는 한국과 해상 환경이 유사한 스페인 카나리아 섬에서도 성공적인 설치 경험이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 진출을 노리는 블루뉴에이블스의 1순위 목표는 현지 기업 및 정부부처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실리오 바라호나 블루뉴에이블스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한국에는 HD현대중공업, 세아, 기아 등 유력 대기업과 카이스트같은 우수한 연구기관이 있다”며 “이들과 협업해 한국 현지 브랜드 설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가능하다면 자사 제품 프로토타입을 설치하고 엔지니어링 성과까지 거두고 싶다는 설명이다. 특허권 판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 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경쟁력을 선점하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그에 따른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소드론, 오래 날고 친환경적”

현장 참여 기업들이 대부분 에너지 발전이나 자원 재사용 등에 특화된 기업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제품을 공개한 기업도 있다.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제작하는 스카이코프 테크놀로지스(스카이코프)다.

에스토니아에 적을 둔 업력 8년의 기업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드론 배터리 수명 연장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마렉 알릭수 스카이코프 CEO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월 14일 에스토니아서 열린 엑스포에서 2세대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전시했는데,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회에서 스카이코프는 핵심 제품으로 ‘제로 젠2’ 드론을 소개했다. 수소연료전지로 비행하며 멀티로더 구성으로 민첩한 기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해 구조, 인프라 탐색, 보안 및 감시정찰 등 다용도 드론이다.

스카이코프의 '제로 젠2'. 사진=스카이코프
스카이코프의 '제로 젠2'. 사진=스카이코프

눈에 띄는 점은 군사용 사용 가능성이었다.

알릭수 CEO는 “제로 젠2는 전장에서 흔히 쓰이는 자폭용 드론같은 저가형 드론은 아니지만, 감시정찰과 탐지 등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알려졌듯, 전통적 지뢰가 아닌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지뢰는 탐지가 쉽지 않다”며 “반면 자사 드론은 기존보다 60배가량 뛰어난 탐지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수한 작전 수행능력 기반이 되는 게 최대 2시간 이상 기동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성능이라는 설명이다.

스카이코프는 수소드론의 친환경성도 강조했다.

드론에 자주 사용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배터리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 리스크를 떠안는다. 리튬 채굴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생산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대거 사용한다. 폐기 역시 유해물질 유출 우려와 폭발 위험이 뒤따른다.

반면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주 동력원이 수소인 만큼 유독성 물질 배출과 폐기 시 환경오염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마렉 알릭수 스카이코프 CEO.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마렉 알릭수 스카이코프 CEO.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알릭수 CEO는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 자체 수명 역시 기존 전지보다 길기 때문에 교체 비용과 주기 면에서도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자사 제품이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 및 드론과 비교할 때 우위를 점하는 부분도 많다고 주장한다. 중국산 드론이 정보보안과 친환경 측면에서 여러 우려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카이코프는 중국과 별개의 공급망을 통해 차별화된 친환경 솔루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알릭수 CEO는 “현지 사정 잘 알고 있는 한국 기업과 협업을 원한다”며 “판로와 고객 개발 등 다양한 정보 얻고, 우리의 좋은 기술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