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기계 1위 기업 대동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시작한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서도 빛을 보고 있다. 다양한 농기계 제품들을 개발해 오며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이륜차, 골프카트 등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엿보고,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3대 스마트'로 꼽은 스마트 모빌리티를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키운다는 비전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모빌리티는 오는 7월 사명 변경 5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23년 4월 양산을 시작으로 시장진입을 진행 중인 E-스쿠터와 친환경 골프카트 등이 주력 제품이다.

설립은 지난 1977년이지만 지난 2021년 7월 한국체인공업에서 ㈜대동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대동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해 ▲2022년 1101억원 ▲2023년 2134억원 ▲지난해 202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동모빌리티 원유현  대표(사진 왼쪽)와 카카오모빌리티 이창민 부사장(사진 오른쪽)이 대동그룹에서 개발 중인 배터리 교환 방식의 전기 이륜차 앞에서 계약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모빌리티 원유현 대표(사진 왼쪽)와 카카오모빌리티 이창민 부사장(사진 오른쪽)이 대동그룹에서 개발 중인 배터리 교환 방식의 전기 이륜차 앞에서 계약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동모빌리티

농기계만으론 아쉽다

대동이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주력인 '농업'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함이다.

농기계는 특성상 계절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고 수요가 농번기에 집중돼 연간 균등 생산이 어렵다. 기후조건 등 영농 생산 관련 환경과 정부 정책 지원 등에 의해 시장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농기계 생산업체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농기계 업계에서 우위를 점해도 안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국내의 경우 농기계 수요가 고령층에 집중돼 수요가 보수적인 것도 농기계를 판매하는 입장에선 수요 예측이 불안정한 요인 중 하나다.

대동모빌리티가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스마트 모빌리티 'HG-200'.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모빌리티가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스마트 모빌리티 'HG-200'.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 측은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연구, 개발 투자는 기존의 농기계 및 산업용 체인 사업과 더불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사업 영역의 한 축을 구성한다"며 "전동화, 자율주행, 텔레매틱스 등 모빌리티 신기술이 적용된 E-스쿠터, 스마트 로봇 체어, 스마트 골프 카트, 전기 트럭 등 상용화 개발 진행과 사업 가시화를 노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든든한 우군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다. 대동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지난 2022년 라스트 마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자 제 3자 배정 신주 인수의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및 모빌리티 사업 제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협의에 따라 대동모빌리티는 개발 중인 배달에 특화된 BSS형 전기 이륜차, 화물 배송용 0.5톤 전기 트럭, 여객 운송 목적의 LSV (Low Speed Vehicle) 등의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맞는 원격관제, 자율주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를 탑재하고자 시도한다.

대동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제3자 배정 신주 인수의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및 모빌리티 사업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제3자 배정 신주 인수의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및 모빌리티 사업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모빌리티가 지난 3월 한국거래소 DART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상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약 67만 주(4.5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 중 하나다.

당시 원유현 대동모빌리티 대표는 “라스트 마일을 겨냥한 새로운 모빌리티 제품의 청사진들이 공개되면서 산업에 관한 관심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산업의 선도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며 “대동모빌리티의 모빌리티 기술 및 제조역량에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을 더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제품도 다수 출시

대동모빌리티 GS100 라이트 플러그인 모델. 사진=대동모빌리티
대동모빌리티 GS100 라이트 플러그인 모델. 사진=대동모빌리티

공격적으로 신제품들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처음 선보인 뒤 꾸준히 업계에 도전장을 내놓고 있는 이륜차 부문에선 가정용 220V 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기스쿠터 'GS100 라이트 플러그인'과 GS100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5일 출시했다.

특히 스쿠터의 경우 도심 지역·농촌 지역 모두 수요가 예상되는 모델로 주목을 받는다. 전국 약 400개 스테이션에서 언제든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BSS(Battery Swapping System)형과 주유소·스테이션 방문 없이 집에서 간편히 충전할 수 있는 크레들 형을 모두 운영해 주유소 방문이 어려운 농어촌∙도서 산간 지역 이동자들도 간편히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카트 부문에선 프리미엄 리무진 GA900(6인승), 3열 고급형 GA500(8인승), 2열 스탠다드 GA300(5인승) 신모델 3종을 출시했다. 여기에 업계 최초 5년 무상 보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GA900에는 탑승석의 무게 감지 착좌 센서가 승객의 승하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에어컨과 소형 선풍기를 작동시켜 수동 조작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방지해 배터리 성능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GA500에는 전체 시트1,2,3열에 이동 시 신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볼스터형 좌석을 채택해 높은 안정성과 승차감으로 탑승객의 편안함을 높였다.

3열 고급형 골프카트. 사진=대동모빌리티
3열 고급형 골프카트. 사진=대동모빌리티

골프카트 등 레저용 차량에는 GNSS(위성항법)와 RTK(실시간 위치 보정) 등 농기계 자율주행에 적용한 초정밀 위치 제어 기술 도입을 현재 연구·개발 중이다.

한편 대동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에는 자회사로 대동로보틱스도 출범했다. 대동로보틱스는 채소, 과채류, 과일류 재배에 필요한 농업 로봇을 출시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해 작업 시간의 감소와 농업 생산성 증대하는 데 일단 주력한다.

또 로봇의 센싱과 작업 능력을 인공지능(AI)으로 고도화하고, 대동의 스마트 파밍 기술까지 연계해 작물별 생육 모니터링, 재배 전략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진화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삼성전자에서 로봇 R&D를 이끌어 온 강성철 박사를 로봇 프로덕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대동모빌리티·대동로보틱스 상장 계획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동 관계자는 "대동로보틱스는 사업 역량과 시장 상황을 적극 활용해 오는 2029년에 1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당장은 대동모빌리티·대동로보틱스 코스피·코스닥 상장 계획이 없다"며 "올해 골프카트 목표 판매량은 대략 1000대, 전기스쿠터는 2000대 정도 가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