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노사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노조는 공동 집회에도 나서며 개별 회사 문제를 넘어 IT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각 기업별로 촉발된 갈등의 양상은 일반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제각각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경영진의 과거 이력과 관련된 리더십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으며, 카카오는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이 그룹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에서는 성과급 지급 규모와 방식에 대한 불만이 노사 갈등의 주된 원인이다.

이런 가운데 몇 가지 시사점을 짚어볼 관전 포인트도 여럿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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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10일 사상 첫 파업을 선언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단체협상이 최종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11일 2시간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18일 4시간 파업 25일 전면 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은 크루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사측은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낮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성과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네이버 노동조합과의 연대로 시작된다. 실제로 카카오 노조는 네이버 제2사옥 앞에서 열리는 네이버 노조 집회에 참석하며 연대의 뜻을 함께 했다. 네이버 노조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책임지고 물러났던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를 반대하며 2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 노조는 "양사 노조가 IT업계 전반의 건강한 노동환경 조성과 책임경영 실현을 촉구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내왔다"며 연대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게임 업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시리즈를 만든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 노조는 사측의 성과급 제도에 항의하며 10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네오플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인 1조3783억원을 달성했음에도 신규개발 성과급을 기존의 3분의 2만 지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 9824억원의 4%에 해당하는 약 393억원을 직원들에게 분배할 것을 요구 중이다. 조정우 네오플 노조 분회장은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요구를 지속할 예정이며 월말까지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본격적인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노조 역시 잦은 조직 개편과 권고사직 문제에 반대하며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사진=네오플 지회
사진=네오플 지회

이들의 사정
과거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노조 활동과 달리 IT 산업은 노조 설립 및 활동이 미미한 분야로 인식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업무 환경, 투명한 기업의 내부 방침으로 노조는 물론 파업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및 '토당야(토스·당근·야놀자)'로 불리는 주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과 조합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나아가 이들은 필요하다면 파업이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뜻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해당 산업들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이 전통산업에서 온전히 IT로 넘어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IT 플랫폼 비즈니스가 한국 경제의 주류로 급부상하며 이와 관련해 기존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비례해 제기되고 있으며, 그 여파가 노조 설립과 파업이라는 공격적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는 분노다. 여기에는 IT 업계에 부당한 처사를 참지 못하며 절차 및 결과의 공정성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주로 모인 것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IT 플랫폼 노조들이 '생존'을 주로 주장하던 기존의 노조와 달리 ESG에 가까운 이상적인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조혁진 연구위원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대형 IT 기업 노조들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의 공동 상생을 위해 노동 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대의명분은 노조 설립과 운동의 타당성에 힘을 실어주는 극적인 장치가 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별 교섭을 넘어 개발자와 같은 특정 직군에 대한 표준 노동 조건을 마련하거나 심지어 산업별 단체협약 체결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구축하는 것도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내는 발판이라는 평가다.

양대노조 체제의 한국 노조 지형도의 변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22년 13.1%, 2023년 13.0%를 기록해 2년 연속 감소했다.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입체적으로 작용하며 노조 결성에 대한 열의가 꺾였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다. 해당 기간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7%에서 출발해 무려 14.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IT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조의 힘이 빠지는 가운데, 운동가들이 IT 플랫폼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침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 IT 플랫폼 직원들의 노조 결성 의욕이 만났고, 기존 노조 운동가들이 여기에 착안해 적극적인 개척에 나서며 IT 플랫폼 노조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양대 노조가 IT 플랫폼 노조를 서로 자신의 산하에 두려고 엄청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면서 "사측에서도 노조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양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그나마 '말이 통할 것'이라는 기류가 있어 어쩌면 서로 윈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IT 플랫폼 노조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공의 기억도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게임 업계 최초로 설립된 넥슨 노조(네오플의 모회사)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크런치 모드' 관행과 불투명한 임금 체계였던 '포괄임금제' 폐지를 이끌어내는 등 실질적인 노동 조건 개선을 달성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다른 IT 기업 종사자들에게 '노조 효능감'을 심어주며, 자신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한 기업 노조의 가시적인 성과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기업 구성원들에게 노조 설립 및 가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고, 이를 통해 연쇄적인 조직화로 이어지는 '시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사진=카카오 노조
사진=카카오 노조

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IT 플랫폼 노조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은 시대의 트렌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트렌드가 반드시 하나의 목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네이버와 카카오, 네오플 등의 상황을 보면 각주로 펼쳐볼 수 있는 입체적인 카테고리들이 미묘하게 다르다.

먼저 네이버다.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사임했던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최근 복귀 문제가 자리 잡고있다. 최 전 COO의 복귀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조합원 투표 결과 98.82%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네이버 노조의 이러한 입장은 단순한 노동 조건 개선 요구를 넘어, 기업 경영의 윤리성과 직장 내 안전 문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카카오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가 설립 7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결렬이다. 나아가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높은 실적과 구성원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낮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임금 인상률 통보 방식과 인센티브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복지 축소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파업 초기 단계에서 카카오 T 택시 호출과 같은 핵심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노조에서 나온 점이다.  핵심 서비스 중단을 통한 즉각적인 혼란 야기보다는, 단계적 파업을 통해 협상 타결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투쟁 동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여론의 부정적 반응을 줄이고 규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낮추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로 대중교통 파업 당시 활용되는 전략이며, 이를 통해 카카오 노조가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하는지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원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카카오 전체로도 조명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노사 갈등은 카카오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추진 중인 포털 다음(Daum) 사업 부문의 분사 계획이나 과거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설 등은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카카오모빌리티 노조의 투쟁 동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계열사로까지 갈등이 확산될 수 있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협상 타결만으로는 그룹 전체의 노동 불안이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네오플의 충돌은 회사의 성과급 제도, 특히 이익분배금(PS)과 신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성장 인센티브(GI)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으로 시작됐다. 카카오 노조 파업과 결은 비슷하지만 다소 국지적이다. 다만 파업이 준법투쟁으로 벌어지는데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기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사진=카카오 노조
사진=카카오 노조

"손바닥도 마주쳐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네오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IT 산업의 노조 활동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한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과거 기본적인 노동 조건 개선에 머물렀던 노조의 요구는 이제 공정한 성과 분배, 투명한 경영,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리더십 문제로까지 확장되며 새로운 정국을 맞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노조의 주장 이면에는 성장 과실의 공정한 분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상호 존중 기반의 노사 관계 정립에 대한 열망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업 운영에 부담을 주고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대응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 ESG적 가치의 확장까지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을 다른 각도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다른 전통산업 시각에서 노조를 대하는 것은 서로의 엇박자만 키울 뿐이다.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평가다. 소통 속도전에 우선 나서야 한다.

노조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이해득실만을 위해 기업을 필요이상 짓밟는 것은 황금알을 품은 거위 배를 가르는 것이자 시장 전체를 망치는 미친 짓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형 IT 기업 노조의 성공은 소위 '재벌형' IT 대기업에 속한 노조원들이 중소 규모 비노조 스타트업이나 계약직 근로자들보다 훨씬 나은 노동 조건을 누리는 '이중 노동시장'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다행히 ESG적 측면의 대의명분으로 이 지점에 대한 연대를 해 나가는 장면은 연출되지만, 더욱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평가다.

향후 IT 산업의 노사 관계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체의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선제적인 대응 전략이 요구되며, 노조는 합리적인 요구와 전략적인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 또한 IT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지원과 함께 건전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