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 증시가 뜨겁게 들썩이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과감한 공약에 힘입어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하는 가운데, 새 정부가 제시한 강력한 자본시장 개혁과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변곡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시는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1.87포인트(2.66%) 오른 2770.84에 마감했으며, 다음 날에는 장중 280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 종가는 2812.05로, 지난 4월 저점(2293.7) 대비 20% 넘게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 수급도 크게 개선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2000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3거래일 동안 2조4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순매도세였던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코스피 5000’ 위한 5대 자본시장 공약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내세운 자본시장 개혁과 주주 중심 구조 개편이 이번 랠리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을 목표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주주 중심 구조 개편 ▲상장사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주식시장 재편 및 외국인 유치 확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을 약속해왔다.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약으로는 상법 개정안 재추진, 자사주 소각 제도화 도입,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근절 약속을 내걸었다. 또한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신주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제도 도입으로 최근 불거진 쪼개기 상장 논란에 제도적 대응을 예고했다.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상장사 임직원 및 주요 주주의 단기 매매차익에 대해 법인이 반드시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시장 질서 강화 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상장회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밖에 외국인 투자자 유입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와 함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로드맵 수립도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정책들은 아직 설계가 구체화되지 않아, 국정과제 확정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사진=키움증권 리서치 캡쳐.
사진=키움증권 리서치 캡쳐.

‘주주환원 확대’로 디스카운트 해소 노린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공약 핵심은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국내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다. 자사주 매입의 실제 소각 비율 및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주주의 실질 수익률(ROE)를 끌어올리려는 목표다. 

지난 2005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한국은 ROE가 8%포인트 하락해 주요 글로벌 시장 중 감소폭이 가장 큰 국가로 꼽혔다. 한국 ROE 하락의 주요 원인은 기업들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한 최근 4년간 국가별 총주주환원율(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미국은 약 86%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38%로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정부의 자본시장 개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주식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미국 등 선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 확대와 지속 가능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 대리인 비용 구조가 지배주주 대 소액주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될 것”이라며 “이사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면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또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 증시의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거버넌스 이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핵심 요소로, 정책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수급 개선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코스피 5000 시대’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경기 모멘텀 강화, 산업 경쟁력 회복, 우호적 글로벌 환경, 그리고 정책 실행력과 실제 성과가 뒷받침돼야만 증시가 지속 가능한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꼭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최근 독일 DAX 지수는 이달 6일 종가 기준 2만4304포인트로 2022년 초 대비 77%, 2022년 9월 저점 대비 약 100% 이상 상승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독일과 한국은 수출 중심 제조업 비중이 높아 공통점이 많다. 독일 증시 급등 원인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증시의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강력한 정책 추진과 제도 개선이 필수이며, 금융업종 밸류업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독일 증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산업 중심 대형주가 주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한국의 신정부도 AI 산업 공격적 투자 공약을 내세워 산업 경쟁력 회복과 방산, 조선 등 신성장 모멘텀에 정책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자금이 재정 건전성을 주목하는 만큼 재정·통화 정책 균형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사진=키움증권 리포트 캡쳐.
사진=키움증권 리포트 캡쳐.

‘코스피 5000’ 현실화, 관건은 실행력

반면 증권가 일각에서는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코스피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른 사례는 총 11차례였다. 이 기간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한 후 1개월, 6개월,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0.7%, +8.1%, +16.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추세적 강세장으로 이어진 경우는 절반도 안 되는 5차례에 불과했다.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승 모멘텀의 지속은 어렵다는 의미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와 상법 개정 기대 속에 팬데믹 수준으로 저평가된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개선 가능성은 높다”며 “다만 하반기 주식시장은 대미 관세 협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로 이익 전망 하향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 출범과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정부 정책 기대감, 외국인 순매수 전환, 환율 안정 등 3박자가 허니문 랠리를 뒷받침했다”며 “그러나 코스피가 2800선을 돌파한 현재, 상승 여력과 모멘텀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주가 모멘텀은 이익 성장과 매크로 환경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월 초 694조원에서 6월 초 708조원으로 상향됐으나, 3분기와 4분기 컨센서스는 거의 정체다”며 “강세장 지속을 위해선 하반기 이익 추정치 반등이 필수이며, 이는 6~7월 데이터 확인과 7월 2분기 실적 시즌 개시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