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소셜믹스(분양·임대 혼합주택)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변 임대주택 배치를 요구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유연한 제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신속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소셜믹스 정책과 관련해 유연한 제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7일 간부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게 다양한 제도 운영 방법을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제도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소셜믹스는 단지 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고루 섞어 입주민 간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말한다. 재개발·재건축 시 관련 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의무 공급해야 한다. 이러한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같은 단지 내에 배치해 거주자 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서울 시내 모든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소셜믹스를 의무화했다. 도입 당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동 색을 달리하거나 저층에 임대주택이 배치되는 등 차별 논란이 생겼다. 이에 2022년부터 임대가구와 분양가구 간 어떠한 구분도 할 수 없도록 완전혼합형 소셜믹스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잠실주공5단지와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에서 임대주택 한강변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에서도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배치로 한강변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공작아파트에서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해 '소유주가 손해 보는 재건축이 웬말이냐'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모든 동에 균등 배치하는 원칙은 유지하되, 조합 반발 등으로 인해 한강 인접 동에 임대주택을 넣지 못할 경우에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추가 기부채납을 허용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시가 소셜믹스 대신 추가 기부채납을 받은 사례도 최근 나왔다.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분양과 임대를 분리 추첨해 소셜믹스를 위반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되 감정평가를 거쳐 조합에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하는 식의 벌금을 부과했다.
시 관계자는 "강남구에 임대·분양주택 전체 공개추첨을 지침으로 내려보냈음에도 구청이 이를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사후에 인지했으나 추첨이 이미 완료돼 무효로 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징벌적 성격의 부당이익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유사 재발방지를 위해 3월부터 매월 수시로 자치구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공개추첨계획 수립, 일반분양승인 전 공개추첨 여부 등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개추첨 위반 처벌조항 신설 등 법령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이성배 대표의원은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과 한강변 임대주택 배치 요청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주택 주민들, 특히 신혼부부,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역세권같이 직장 출퇴근이 편하거나 학교가 근처에 있어 자녀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통학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또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이미 상당히 심의 절차가 진행된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통합심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기준을 바꿔 한강변 임대주택 배치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정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소셜믹스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가의 한강변 부지에 소수의 임대주택을 배치하기보다는 다른 지역에 더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공공성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특정 지역 특정 동으로 임대주택을 배치하는 것은 과도하다 생각하고 정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조합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한강뷰 배치를 할 필요보다는 그 비용을 다른 공익적인 목적에 활용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