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을 맞은 50대 여성 ㄱ씨는 최근 얼굴과 목이 갑자기 붉어지고 열감이 생기는 안면홍조를 겪었다. 이유 없는 우울감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심한 감정 기복에 가족 간 마찰도 잦아졌다. 집안일을 하다가 미끄러져 병원에 간 그는 골다공증이라고 진단받았다.

70대 노인 ㅇ씨는 요즘 주변에서 ‘요새 힘든 일 있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작년보다 허리가 굽어 눈에 띄게 왜소해져서다. 혹시나 싶어 골밀도 검사를 했더니 골다공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뼈는 평생 생성과 성장, 흡수를 거듭한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골절되는 골격계 질환을 뜻한다.

골다공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박창순씨가 의료원 내 벤치에서 남편 임채윤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골다공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박창순씨가 의료원 내 벤치에서 남편 임채윤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골다공증 환자가 지난해 127만6222명으로 2020년(105만4892명)보다 4년 새 20만 명 넘게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런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2023년 진료 인원은 여성 120만3043명, 남성 7만3179명으로 여성이 16배 이상 많았다.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여성의 68.7%가 골다공증이 관찰될 정도로 흔하다. 여성은 10세 단위로 나이가 늘 때마다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유병률이 두배씩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골밀도 검사에서 대퇴골 골밀도(T점수)가 -1.0 이상이면 정상, -1.0~-2.5라면 골감소증, -2.5 이하일 땐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미국 임상내분비학회는 T점수가 -3.0 이하면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이라고 본다. 대한골대사학회는 이들에게 ‘골형성 치료제’의 초기(일차치료제)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치료제는 뼈를 만드는 세포를 자극해 뼈 형성을 촉진하고 골밀도를 빨리 높인다.

제품으로는 테리파라타이드와 로모소주맙 등이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공현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두 치료제 등을 투여 시 T점수를 -3.0~-2.5로 높일 수 있는 확률은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골다공증성 골절 후 1년 안에 목숨을 잃을 확률이 20%(50대 이상 기준)인데도 국내 골형성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국내외 지침이나 권고와 동떨어졌단 점이다. 현재는 임플란트의 골유착을 방해해 부작용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치료제(비스포스포네이트)를 먼저 쓰고 효과가 없어야 골형성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백승훈 경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호주에선 이 치료제가 일차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고 영국과 일본 등에선 예전부터 일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며 “빠르게 초고령사회가 된 한국도 이들 국가처럼 초고위험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