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1층 전광판. 사진 = 김호성 기자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1층 전광판. 사진 = 김호성 기자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3년 만에 60조원대로 올라섰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이다. 통상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늘고 증시가 부진하면 줄어든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지속하면서 투자자 예탁금도 커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달 30일 57조2971억원으로 50조원대에 머물다 이달 2일 60조1886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이달 4일에는 60조353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앞서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장이 연출되던 2020년 11월 60조원을 처음 넘었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향해가던 2021년 5월3일 77조9018억원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코스피는 2021년 6월 25일 3316.08(장중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예탁금은 2022년 5월 다시 60조원 아래로 떨어진 뒤 최근까지 3년 넘게 40조∼50조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해왔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가 증폭하면서 국내 증시는 최근 '불장'으로 불릴만큼 상승 탄력을 받았다.  코스피는 최근 한 주(2∼6일) 사이 4.23% 오르며 약 11개월 만에 2800 고지를 탈환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신정부 출범에 따라 재정 확장에 따른 우호적 유동성 환경과 상법 개정 추진 등이 긍정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의 흐름은 이익 증가 기대보다는 가치 재평가 요인 중심이지만, 외국인·기관·개인의 매수세 동반은 고무적 변화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증가 추세다.

금투협 집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일 기준 18조5144억원으로 1주일 전과 비교해 3504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통상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클수록 늘어난다.

여유자금을 일시 보관하는 파킹형 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88조414억원으로 한주간 2조8540억원 증가했다.

또 다른 파킹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같은 기간 227조7074억원으로 4137억원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주(5월30일∼6월5일) 사이 미국 주식을 2억5000만달러(약 33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경기 부진에 대한 불안이 증폭하며 '미장 탈출'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같은 기간 3억461만달러(4134억원) 순매수했다.

트럼프발 관세·감세 논란에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