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 곽현주, 미다스북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 곽현주, 미다스북스

“시큼하고 달짝지근한 하루를 마시고 가세요”

소설가 곽현주가 장편소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를 출간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에는 왜 이렇게 커피전문점이 많냐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커피전문점을 가는 이유는 꼭 커피 때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커피전문점은 사연을 주고받는 ‘방’이다.

그래서 곽현주 작가의 신작  제목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는 그저 낭만적인 제목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피를 주문하시면, 씁쓸 달콤 뭉근한 마음은 덤입니다.”라는 문장처럼, 커피숍 ‘두잇커피’는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감정이 오가고 관계가 피어난다.

아르바이트생 이윤은 주문을 받으며, 손님들의 짧은 말을 듣고, 때로는 침묵을 느낀다. 누군가는 추억을 꺼내고, 누군가는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는다. 그렇게 이윤은 사람들 속에 담긴 감정을 천천히 알아간다.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겹치고 얽혀 하나의 진실로 이어진다.

아직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라면,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커피숍?’ 하면서 ‘심야식당’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렇게 읽어보자. ‘이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줄까?’

총 여섯 개 장이다. ‘프롤로그’, ‘루비쿠키의 정체’, ‘12시 55분 레모네이드 걸’, ‘설경은 휘핑크림 맛’, ‘단풍잎과 아메리카노’, ‘루비쿠키와 그들의 인사’가 이어진다. 각 장은 완성된 단편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작가 곽현주가 이번 장편에서 공개하지 않고 PC에 저장만 해둔 두잇커피의 에피소드들도 궁금해진다. 

곽현주의 문장들은 ‘보는 맛’이 있다. 한 문장마다 하나의 이미지를 담는다. 중문도 단문처럼 리듬과 반복, 여백이 강하게 살아 있다. 카메라로-스마트폰이 아니라- 찰칵 찰칵 찍은 사진 같다.

단문과 중문 사이에, 작가의 의도인가 싶은 장문이 끼어 있는데, 그 장문조차 낮은 호흡과 대구로 단 하나의 이미지만을 담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작가의 감정이 펼쳐진다.

“발이 한번 푹 닿기만 해도 영원히 발자국이 남을 것 같은 설경이었다. 라테 위에 자리한 휘핑크림 같기도 했다. 머금고 느끼는 달콤함을 표 내지 않아도 그 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구태여 좋다고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좋았다. 이런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도, 표지판도 없이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이었다. 삶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기쁨처럼, 시작점은 명확하나 끝점은 흐릿한 슬픔처럼. 이 모든 게 현실임을 일깨워주는 목소리가 있었다.”  --- 3장 「설경은 휘핑크림 맛」 중에서

곽현주 작가는 선천적 장애가 있다. 그는 휠체어로 일상을 꾸리고, 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한다. “이윤은 제 또 다른 자화상이에요. 조용히 듣고, 오래 생각하는 모습이 저와 닮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 모호한 틈에서 마음을 여는 순간들이 삶을 움직이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5월 27일 출간 이후, 예스24에서 한국소설 TOP100에 진입했다.

144쪽, 미다스북스, 정가 1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