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격변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틀이 구체화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혁신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단순 중개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생존 경쟁을 넘어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정 속 혁신, 기회와 도전의 공존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과거의 투기적 광풍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안정성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오는 7월 시행될 국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비롯해 유럽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등 글로벌 규제 환경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사업자에게 부담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 안착과 더불어 기술 혁신은 시장의 또 다른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커스터디(수탁), 자산 운용 등 관련 파생 서비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트레이딩 알고리즘 고도화, 사기 탐지 시스템 강화는 물론,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상에 토큰화하는 RWA는 가상자산의 활용 범위를 실물경제로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 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보안 위협과 규제 공백 우려는 있다.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이유다.
3대장들은 어디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강화되는 규제 환경에 발맞춰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지속 성장의 핵심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주요 거래소 3대장 선두인 업비트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안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체 리서치센터를 통해 시장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하는 등 생태계 기여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상장 심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고도화하여 투자자 보호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나아가 스테이킹, NFT 마켓플레이스 운영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웹3.0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빗썸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고객 친화적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알트코인 상장을 통해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한편,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역량 강화를 통해 신뢰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육성이나 유망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들은 규제 준수와 사업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상장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의미있는 행보를 준비한다는 설명이다.
코인원도 각각 특화된 서비스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심층적인 프로젝트 분석 자료 제공에 강점을 보이며, 코빗은 국내 최초로 이더리움 스테이킹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기술 기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시스템 강화는 물론, 신규 가상자산 발굴 및 검증 프로세스를 고도화하여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더십의 변화 및 기타 안정적 거래소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세계는?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은 각국의 복잡다단한 규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각국 규제 당국과의 협력 및 현지 법규 준수를 강조하며 '규제 친화적' 이미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BNB 체인 생태계를 확장하고, 웹3.0 기술 전반에 걸친 투자를 통해 미래 기술 패권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등을 통해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자사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코인베이스는 기관 투자자 유치와 함께 자체 레이어2 솔루션 '베이스(Base)'를 통해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앙집중형의 거래소가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딜레마는 일상이 되었지만, 이를 넘어 생태계의 주요 요인이 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이들은 나아가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의 사업 확장을 우선시하며, 신뢰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 대출 서비스 등 전통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는 '신뢰'와 '지속 가능한 혁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발전과 함께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 체계가 조화롭게 작동할 때 비로소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킹,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노력과 함께, 가상자산의 실질적인 사용 사례를 발굴하고 대중화하려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거래소들은 단순 중개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던 과거 모델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 개발, 유망 프로젝트 투자, 교육 콘텐츠 제공, 디파이(DeFi) 및 NFT 관련 서비스 확장 등 다각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