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에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고물가 속 점심값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간편식이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높은 인기에 ‘편도족(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즐겨 먹는 소비자)’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편의점 업계도 도시락부터 빵, 즉석 조리 식품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 모시기에 열중이다.

외식 물가 ‘또’ 올랐다

냉면을 포함한 외식 품목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2115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냉면을 포함한 외식 품목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2115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100)로 지난해 동월 대비 2.1%,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에 머무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뛰며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먼저 가공식품값은 4.1% 오르며 전체 물가를 0.35% 끌어올렸다. 이는 2023년 12월 4.2% 상승을 기록한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와 함께 외식 물가도 3.2% 오르며 지난해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밖에도 농·축·수산물 물가는 1.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수산물 물가는 어획량 감소 등의 여파로 6.4% 상승하며,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축산물 물가도 수입 돼지고기 가격 승상, 도축 마릿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4.8% 뛰었다.

물가 상승이 장기화하는 분위기 속에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주요 외식 메뉴들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623원으로 지난달 대비 0.6% 올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칼국수와 삼계탕의 평균 가격은 각각 9615원과 1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6%와 0.9% 각각 오른 수치다. 이외에도 비빔밥, 삼겹살(200g) 등의 가격이 오르며 주요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5개의 가격이 한 달 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간편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25 조사 결과, ‘우리동네GS’의 지난해 도시락 예약 주문은 전년 대비 22%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CU의 초저가 PB인 ‘득템 시리즈’의 매출도 전년 대비 116% 신장했으며 지난 3월에는 출시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6000만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고 밝힌 김보미(24)씨는 “직장이 성수동 근처인데 한 번 밥을 먹으려면 무조건 1만원 이상은 써야 한다”라며 “매일 출근해야 하는데, 도저히 점심값을 감당할 수 없어 고민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식당 한 끼 가격으로 두 세끼를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라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의 한 상가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경숙(55세)씨는 “직장이 밀집한 곳이 아닌데도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을 사 가는 손님이 하루에 꼭 2~3명씩은 오는 것 같다”라며 “저도 궁금해서 몇 번 먹어봤는데, 가격이 저렴한데 맛도 있고 양도 푸짐해서 만족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편의점업계, ‘편도족 잡아라’

고객이 GS25가 착한 가격 콘셉트로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치킨마요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고객이 GS25가 착한 가격 콘셉트로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치킨마요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이에 편의점업계는 ‘편도족’을 겨냥한 다양한 간편식을 출시하고 있다.

GS25는 높은 도시락 수요에 지난 2023년 6년 전 단종했던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GS25 측은 고물가로 어려운 시기에 해당 상품에 대한 귀한 요청이 쇄도해 재출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GS25가 김혜자 배우와 손잡고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간편식이 재출시 2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8500만 개를 돌파했다. 이에 GS25는 해당 시리즈를 도시락 이외에 김밥, 주먹밥, 햄버거 등으로 확대하며 ‘혜자로운 집밥’ 간편식의 카테고리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U와 이마트24는 ‘초저가’로 구성한 시리즈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CU는 지난 2021년 초저가 PB 라인인 ‘득템 시리즈’를 선보였다. 해당 시리즈는 낮은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CU 측은 중간 벤더(판매 회사) 없이 100% 직거래 시스템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납품 계약, 자체 마진(중간 이윤) 축소 등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도 올해 초저가 콘셉트의 PB 브랜드 ‘상상의 끝’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으로는 ▲1000원대 김밥 ▲2000원대 짜장면 ▲3000원대 비빔밥 등이 있다. 회사 측은 “협력사와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식재료 조합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자체 마진을 최소화해 일반 상품 대비 최대 40% 저렴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세븐일레븐은 연예인, 셰프와 협업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븐일레븐은 이장우, 신동엽 등 연예인과 안유성, 최강록 등 스타 셰프들고 손잡고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에는 먹방 크리에이터 ‘히밥’과 함께 일반 도시락보다 더 저렴한 ‘극가성비’ 상품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간편 컵밥 시리즈인 ‘꾹밥’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해 1인 가구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고 서울시 1인 가구 비율이 40% 가까이 육박하면서 식사 해결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러한 사회 흐름에 맞춰 밥과 국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당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