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12·29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50일이 지났다. 그리고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1위라는 타이틀보다 '안전'을 추구하며 새로운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비행일수 조정에 나섰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3월부터 월평균 주 746회(국내선 262회·국제선 484회)를 운항해 전년 대비 주 24회 비행 스케줄을 감편한 하계 스케줄대로 운영 중이다. 동계 스케줄 기간 1878편의 감편(국내 838편, 국제 1040편)에 이은 추가적인 조치다.

왕관 내려놓고 안전 추구한다

제주항공이 항공기 엔진을 교체했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이 항공기 엔진을 교체했다. 사진=제주항공

부동의 LCC 1위던 제주항공의 입지는 지난 12월 참사 후 난기류를 만나 크게 흔들렸다. 지난 1월에는 3위까지 승객수가 하락하는 등 곡절이 많았다. 사고 이후 1878편에 달하는 동계 비행 스케줄을 줄였고 그 사이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승객수는 ▲2월 87만9000여명 (국제선 출발/도착 59만9589명, 국내선 출발 27만 9712명) ▲3월 90만4800여명 (국제선 출발59만5827명, 국내선 출발 30만 9350명) ▲4월 93만6900여명 (국제선 출발/도착 54만9470명, 국내선 출발 38만7429명)을 기록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당분간은 수송 실적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분기 전체 LCC 여객 실적에선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안전한 비행을 추구하며 사고 여파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의 자회사 정비사가 기체 급유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자회사 정비사가 기체 급유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지난 3월 미국 보잉사와 조종사 역량 기반 훈련 및 평가(Competency Based Training and Assessment∙CBTA)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정비사 인원도 지난해 522명에서 올해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 채용으로 총 560명으로 늘린다.

4월에는 미국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에서 승인을 받은 항공기 제작사 정비 매뉴얼에 따라 보잉 737 엔진 교체 작업도 실시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월 정비사 규모와 관련한 의문에 대해 국토교통부 기준상 제주항공이 필요한 운항 정비사는 213명이고 제주항공은 1월 기준 운항 정비사 309명이 근무하고 있어 국토부 기준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항공기 1대당 12명 권고 기준을 대체하며 항공기 공급석 규모, 정비 종류 및 소요 시간, 교육훈련 시간, 대체 인력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지난해 5월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 인력 산출 기준'을 고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351편이던 정비 지연 비행편을 올해 1분기 166편으로 줄여 1분기 정비 지연율도 전년 대비 0.6%포인트 낮췄다.

제주항공이 기내 수하물품을 소개했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이 기내 수하물품을 소개했다. 사진=제주항공

또 지난 2월부턴 탑승 전 리튬 배터리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하는 내용에 관해 확인 후 동의를 해야 수속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며 별개로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를 구비하는 등 안전 사항을 선조치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리튬 배터리 파우치는 1600도를 견디는 소재로 외피가 꾸려졌으며 내피도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재 진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며 "항공기 기내에서 배터리의 발열, 팽창 현상이 나타날 경우 승무원은 배터리를 해당 파우치에 넣어 항공기 뒤쪽 갤리(주방)에 보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우리의 일은 날아 오르는 것"

신규 노선 취항과 기존 노선 추가 운항도 진행한다. 제주항공은 6월 5일부턴 인천~하코다테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오는 7월 24일부턴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주 7회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한다.

부산~상하이 노선은 주 4회(월·수·금·일요일) 일정으로 상반기 중 운항을 검토 중이며 ▲제주~홍콩/마카오/방콕/시안 노선 재운항 ▲인천~오사카 노선 주 28회 확대 운영 ▲인천~마쓰야마 노선 주 14회 확대 운영 ▲부산~싱가포르 노선 주 7회 확대 운영 등에도 나선다.

제주항공이 인천~하코다테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인천~하코다테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사진=제주항공

한편 제주항공은 기업 중장기 사업인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여객기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월 B737-8 3호기를 구매 도입한 데 이어 상반기 중 4호기를 추가로 들여오고 하반기에는 B737-8 항공기 4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시기별 여행 수요와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노선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B737-8 항공기는 현재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B737-800NG에 비해 15%가량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라며 "개선된 연료 효율을 바탕으로 운항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물론 항공기 운용 전략을 리스에서 직접 구매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14%가량 기단 원가를 절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지난해까지 2년여 동안 제작사의 사정으로 인해 항공기 인도가 지연됐지만 올해부터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리스기 운용에 따른 임차료와 반납 정비비용 등을 대폭 줄이면서 수익 구조 또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