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가 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자회견 라이브 방송 갈무리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가 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자회견 라이브 방송 갈무리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지난 2일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리자 위믹스 재단(재단)이 가처분 소송을 비롯해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이의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는 3일 판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닥사와 거래소들은 상폐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없다"며 "지금껏 닥사의 소명요청을 성실히 따라왔지만, 정작 닥사는 누가 어떻게 어떤 논의를 거쳐 거래중지 결정을 내렸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닥사는 2일 오후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4대 원화 거래소를 통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했다. 거래지원 종료는 주식 시장의 상장 폐지와 같다. 오는 6월 2일 오후 3시부터 거래가 중단되며, 7월 2일 오후 3시에는 출금도 종료된다.

지난 3월 4일 발생한 위믹스 플레이 브릿지 자산 탈취 사고 이후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며 거래 지원 유지 여부를 검토해왔으나, 재단의 소명 자료만으로는 거래유의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재단은 닥사가 제시한 소명 내용과 소명 기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최선을 다해 성실히 소명했지만 재상폐가 나온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해킹사건 이후 닥사의 소명요청 요구가 수 차례 있었고, 재단은 닥사 측에 대면 미팅과 화상 미팅을 요청하며 직접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닥사는 아무 반응 없었으며 소통창구는 이메일 하나로 제한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대표가 밝힌 소명과정 타임라인에 따르면, 닥사는 3월 4일 위믹스 거래유의종목 지정 이후 1차 소명을 요구하며 '해킹 공지가 늦은 이유'에 대한 소명 요청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단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소명 자료를 제출했으나 이에 대한 피드백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작 지연 공지에 대한 닥사의 소명요구는 3월 20일에 받은 2차 소명 요구에 포함돼 있었다. 재단은 1차 소명 당시 이미 소명 자료를 제출한 바 있으나, 2차 요청에서는 해킹 원인 파악과 대응 내용 등을 보강해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소명 자료 추가 요청이나 피드백은 없었다.

김 대표는 "4월 7일 닥사 측에 본 사안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고 미팅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결국 닥사를 구성하는 국내 4대 거래소에 개별 미팅 요청을 전부 발송하자 30분 만에 닥사로부터 미팅하자는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4월 10일 미팅 종료 후 닥사에서는 4월 13일까지 최종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단 촉박한 일정에도 경찰 수사 현황 자료까지 제출했다. 그러자 4월 15일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의 논의한 증빙 자료를 요청받고 이 역시 제출했다. 그럼에도 4월18일에 유의종목 지정이 연장됐다는 설명이다. 

닥사는 유의종목 지정을 연장하면서 재단 측에게 KISA 인증을 받은 보안 업체로부터 보안 사항을 점검 받아서 자료 제출하라고 요구 받았다. 이번에도 재단은 4월 22일 이를 제출했다. 

일련의 촉박한 일정 속 가용한 모든 노력을 동원했음에도 닥사 측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일방적 거래중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KISA 인증 보안컨설팅 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아서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어떤 피드백도 없이 거래중지를 결정한다면 닥사가 KISA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히려 닥사는 어떻게 투명성이 입증된 전문가가 거래중지를 검토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들이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전문가가 보안 리포트를 검토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단은 국내 투자자들을 비롯해 위믹스 생태계 모든 참여자들에 대해 사과하며 닥사의 이번 결정이 궁극적으론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만 더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르4 등을 위시한 PTE 방식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는 국내보다는 해외의 기반이 더 탄탄한 만큼 재단보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직접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현재 재단이 국내 거래소 거래지원 서비스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활동 역시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주식 시장마저도 기관의 권한이 전부 분산돼있는데 가상자산의 경우 상장 결정, 거래 수행, 상장 폐지까지 모든 과정을 거래소들이 자율협의체 형태로 독점 중"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자율협의체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자율적으로 하며 기준도 의사 결정 과정도 공개하지 않는 행태가 비단 위믹스 사례뿐 아니라 향후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거래중지로 인해 위믹스는 재상폐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2022년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으로 한 차례 거래지원이 종료됐던 위믹스는 이듬해 일부 거래소를 통해 재상장됐으나, 지난 2월 발생한 해킹 사건 이후 다시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위믹스 재단은 이번 거래중지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돌입하는 동시에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진출, 위믹스 글로벌 마켓 상장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