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소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소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인 지난 2월 금융당국이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4주년을 맞아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소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는 금소법 시행 이후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디지털화 등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H지수 ELS 사태는 단기 경영성과 달성을 위한 밀어내기식 영업 행태의 반복과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체계 미비 등 소비자 보호 시스템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상품 설계부터 판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 보호 원칙이 실효성 있게 적용되려면, 제도적인 보완뿐 아니라 금융회사 스스로가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도 진화해야 한다”라면서 “비대면‧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종 위험을 사전 점검하고, 장애인, 노년층 등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당국과 은행, 금융권이 노력한 결과 금소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됐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와 은행의 건전한 영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만,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 행위 준칙을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토론회에는 학계‧업계, 소비자단체, 연구소 등 각 분야의 전문가 패널이 참석해 ▲금소법 도입 4년의 성과와 과제 ▲ELS 사태의 원인과 대응 및 과제 ▲최근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에 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소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소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이날 제1부에서는 ▲금소법 시행 후 그간의 성과와 과제 ▲ELS 사태의 원인과 대응 및 과제 ▲최근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금소법 도입 4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금소법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하에 6대 영업 행위 준수사항을 도입했다”라면서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등 금융 소비자 권리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로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개선 ▲영업 행위 준칙 간 연계성 고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책임성 강화 ▲제재의 실효성 제고 ▲금융교육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금융소비자 정책을 보호론적 관점에서 주권론적 관점으로 전환해 시장 규율이 확립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모 금감원 분쟁조정3국장은 ‘ELS 사태의 원인, 대응 및 과제’에 관해 발표했다. 김 국장은 홍콩 H지수 사태의 원인으로 ▲은행의 판매 채널 미분리 ▲수익성만 강조하는 실적 위주 영업 관행 ▲금융회사 내부통제 미흡 등을 지적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3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은행권 자율배상을 추진했다. 지난달 말 기준 16만1000건(95.3%)에 대한 배상 동의가 완료됐다.

그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은행권 판매 채널 개선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관행 개선 ▲내부통제 체계 확립 및 감독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의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상품 판매 규제의 문제점으로 ▲금융상품 제조업자에 대한 규제 미흡 ▲선제적 금융상품 판매 규제 미작동 ▲금융회사 자율배상 의존 등을 언급했다.

개선 방향으로는 ▲금융상품 제조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 ▲금융상품 광고·권유 중지 규제, 판매 제한 발동 요건 합리화, 판매 제한 명령권 구체화 등 선제적 금융상품 판매 규제 개선 ▲금융소비자 보상 제도 신설 등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화에 따라 ▲금융 소외 심화 ▲투자사기 증가 ▲금융이해력 부족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라며 “▲투자사기 방지 강화 ▲금융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불완전판매 예방 ▲디지털화 등 환경 변화 대응 방안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 체계 보완 사항 등의 주제가 논의됐다.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토론회가 금소법 시행 4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필수 기반이므로 금융당국과 업계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참고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