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주택 통계를 100차례 넘게 조작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검사 결과가 확정됐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감사위원회에서 2023년 9월 중간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결과’를 의결해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02차례에 걸쳐 부동산원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 왜곡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결과에는 청와대와 국토부가 통계법을 위반해 주택통계를 사전 제공할 것을 지시하고, 부동산원은 최소 12차례 중단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계법 제27조의 2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 외부에 제공·누설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통계를 미리 제공받았을 뿐만 아니라 통계 수치를 조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8월 서울 지역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0.67%로 보고되자 청와대는 용산·여의도 개발계획 보류 발표와 8·27 대책을 반영해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도록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표본가격을 하향 조정해 0.47%로 산출했으나 청와대는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 결과 공표된 확정치는 0.45%였다.
부동산원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청와대가 수치를 낮추라고 요구하자 서울 지사 직원은 “마사지(조작) 하라는 얘기입니까? 중심 잡고 일합시다”고 항의했다. 2019년 7월 4일에는 국토부 과장이 부동산원 실무책임자를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또한 2019년 6월 셋째 주에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31주간의 하락세 끝에 보합(0.00%)으로 전환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수차례 연락해 하락세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국토부 과장은 부동산원에 “BH(청와대)에서 연락받았다.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는다”며 회유했고, 결국 부동산원은 표본 가격을 총 43회 하향 조정해 –0.01%로 하향 조정 후 공표했다.
2020년에는 6·17 대책과 7·10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청와대와 국토부는 정부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변동률을 하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2020년 8∼10월 10주간 변동률이 0.01%로 동일하게 공표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이 주택 분야뿐만 아니라 가계소득과 소득 불평등 관련 통계에서도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통계청은 2017년 2·3·4분기 가계소득 가집계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임의로 가중값을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이 2018년 1분기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가중값 적용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수치를 조정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용 분야에서는 비정규직 급증 원인을 조사방식의 문제로 설명하라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청와대는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에서 비정규직 급증이 예상되자 통계청에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만∼50만명'이라고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통계 왜곡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통계청 관계자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와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주요 관련자는 이미 검찰에 수사 의뢰된 점과 인사통보의 실익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23년 9월 중간 결과 발표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22명에 대해 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통계청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통계청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통계 생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 국가통계 작성, 공표 과정의 제도 개선을 통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