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비대면 계좌 개설 안심 차단 서비스 시행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올해 3월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비대면 계좌 개설 안심 차단 서비스 시행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증시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 가동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회의와 함께, 현재 수준의 시장 하락은 ‘진짜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증안펀드는 금방 안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투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아주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피는 미국발 상호관세 충격 여파로 5% 넘게 폭락하며 단숨에 2320선까지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7.22포인트(5.57%) 급락한 2328.20에 마감했다. 하락률과 하락폭 모두 2023년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치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49억 원을 순매도하며 2021년 8월 13일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외국인 순매도 규모 기준으로도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장 충격이 커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등 필요한 조치가 언제든 취해질 수 있도록 시장 안정 프로그램(약 100조원 규모)의 준비와 집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60조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응 자금, 그리고 증안펀드 등이 포함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증안펀드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여한 7600억원 규모의 증권유관기관펀드와, KDB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 증권사 등 27개 금융사가 출자한 10조원 규모의 민간금융권펀드로 구성돼 있다.

과거 증안펀드는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각 한 차례씩 집행된 바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은 ‘시장 자율 기능’ 우선 원칙을 고수하며 증안펀드 카드를 쉽게 꺼내들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10조76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가 조성됐지만, 실제 자금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증안펀드가 가장 최근에 거론됐던 12·3 비상계엄 때에도 김병환 위원장은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실제 투입은 없었다. 

이에 김소영 부위원장은 “물론 증안펀드의 존재 자체가 시장에는 백업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가동했을 때 효과가 없거나 시장이 더 하락하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사실상 없어진다”며 “그런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증시가 어느 정도 하락하긴 했지만, 과거 증안펀드가 집행됐던 시기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다”며 “증안펀드는 만드는 것 자체로도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진짜 위기 상황이 오면 가동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