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삶과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 통상전쟁 등 당면한 현안 대처에 차질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직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꺼내든 키워드는 경제 부양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서 60일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대선일은 6월 3일로 확정됐다. 앞으로 50여일간 한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운영이 이어지게 된다.
대국민 담화 이후 한 권한대행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미국 신행정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지속해 온 협력 기조를 유지해 달라"며 "상호 관세 등 신규 현안과 관련해 우리 산업계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치밀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韓대행-트럼프 첫 통화...한미동맹·무역균형 협의
이후 닷새 만인 4월 8일 한 권한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동맹 강화, 무역균형 등 경제협력,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양측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인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정상이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정국으로 인해 늦춰졌던 미국 관세 대응에 이제야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정부는 탄핵심판 선고 이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수 회복, 미국 관세 대응 전략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헌재의 선고가 나온 날, 최상목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민생경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 기업과 거시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관계장관간담회·F4회의 잇따라 개최...금융안정화·국가신인도 '비상'

최 부총리는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경제부처가 원팀이 돼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신인도를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세부적 역할에 있어서는 미국 관세 대응은 한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전략TF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기업 피해를 지원할 예정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전기·가스·철도 등의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를 비롯해 간담회 참석자들은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재부는 "통상 리스크 대응 및 인공지능(AI), 민생 등 긴급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의 4월 내 국회 통과가 긴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최 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파면 선고 등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날 F4 회의에서의 논의한 핵심은 국가신인도 제고, 즉 국가신용등급 관리다.
지난해 12월 이후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국가신용도는 올해 한국경제의 흥망을 결정할만큼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대두됐다.
국가신용등급은 '돈을 빌린 나라가 갚을 능력이 있느냐'와 직결되는 것인데, 정국 불안으로 인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등급 하향을 검토할만큼의 위기감이 작지 않았다.
피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한국 신용 관련 보고서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 분열이 지속돼 정책 입안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및 재정 관리가 악화될 경우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JP모건도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내수 불황이 한층 짙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의 첫 국가신용도 평가에서,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이라고 부여하며 국가신인도 하락이라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 건전성 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씨티은행은 헌재의 탄핵 선고일 불과 며칠 전에 낸 보고서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4월 중순으로 연기되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클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힌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은 간담회에서 국제신용평가사, 주요 국가의 재무장관,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 서한을 보내 차기 대통령 선출 전까지 한국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사흘 뒤인 4월 8일에도 경제관계장관간담회와 F4 회의를 다시 개최해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안정화 조치를 검토했다.
이날 최 부총리는 10조원 규모 추경 편성과 관련해 "우리 산업과 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일단락됐지만...경제는 첩첩산중

헌재의 결정이 발표된 이후 시장은 우선 가장 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헌재 선고까지 2주 정도 걸렸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123일이 소요되며 혼돈 상황이 지속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삶은 팍팍해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전면적인 글로벌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전세계 60여개의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 기본관세 10%에다가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면서 공격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한국에는 상호관세 25%를 매기기로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4월 9일 오후 1시(한국시간) 고율 상호관세는 예고대로 발효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발효된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게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무역시장을 흔들었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의 대(對)미국 관세는 사실상 '제로'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미국에 적용되지 않는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정도 높다는 억지 주장을 이번에도 이어갔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간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 마련에 한계가 있었다.
금융권은 불확실성이 리스크가 되는 시장 입장에서 헌재의 탄핵 선고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췄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그간 금융시장을 압도했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이 크게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공 연구원은 "곧이어 치러질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변수가 여전히 주요 가격 변수들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전례가 없었던 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 변수들이 주는 경직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고환율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관세 우려에 정국 불안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라며 "그중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은 올해 안에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은 수출 둔화에 이어 탄핵정국으로 인한 내수침체 심화가 겹치면서 좀처럼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0.1%로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도 뚜렷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올해 실질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인 1.5%보다 낮을 수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미국발 관세 충격까지 겹치면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심지어 1% 밑으로 떨어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4월 8일 JP모건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일주일 만에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 당시 1.7%였던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2월 이후 네 차례나 인하해 불과 넉달여만에 반 토막 이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한은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전체 37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아일랜드가 3.613%로 1위를 기록했으며, 덴마크(1.849%)·튀르키예(1.688%)·중국(1.600%)·포르투갈(1.542%)이 뒤를 이었다. 미국(0.607%)은 17위, 일본(0.556%) 20위로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3%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지만, 곧바로 2분기(-0.228%) 기저효과 등에 뒷걸음쳐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이후 4분기 성장률은 0.06%로 떨어진 것이다.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카드 사태 시기인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중요한 소비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8p 내린 93.4로 집계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여파로 88.2까지 급감했다가 올해 1월 91.2, 올해 2월 95.2로 회복했는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로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 1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세다.
'시장변동성→위험자산증가→대출심사 강화'...금융권 '긴장'

금융사들도 시장 변동성 심화에 따른 리스크 대응에 분주하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금융그룹 CEO들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온 당일, 국내 정세 변화 및 미국의 관세 영향에 따른 대응을 위해 긴급 회의를 개쳐했다. NH금융그룹은 주말인 6일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주재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헌재 선고 당일에는 금융시장에 별다른 충격이 없어 리스크 점검에 수준에 그쳤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 및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데다가 고율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대출을 비롯한 자산건전성에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긴장감이 커졌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특히 금융그룹사들이 경계하는 것은 환율급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의 증가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자산의 가치로,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아울러 은행 건전성을 가늠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CET1) 산출의 기초가 된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도 커지게 되고, 결국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수가 다소 해소됐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 1400원대 초반으로 결국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와 달리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에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고조될 수 있는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올린 글로벌 관세전쟁이 어느 수준까지 확산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환율 추이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CET1)이 낮아지게 되는데, 위험금융지주들은 CET1 비율 13%를 기준으로 적극적 주주 환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환원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업종별·차주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기업 신용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결산 실적이 나온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영 성적을 바탕으로 등급을 다시 매겨 기업별로 내줄 수 있는 대출 규모와 금리 수준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고위험 산업군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정하고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대출을 조이는 등 건전성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용등급이 깎이면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올라가고 여신 규모도 줄어들어 자금 경색에 빠질 공산이 커진다. 중소·수출기업을 비롯한 취약업종은 대출 등 자금 창구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6월 3일 조기대선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곳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횡재세다. 횡재세는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한 은행의 이익 증가 등 비정상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기업이 막대한 초과 이익을 거뒀을 때 부과하는 세금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검토해 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기 대선을 염두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친경제정책을 강조하면서 횡재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최근 당대표를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정권을 잡을 경우 금융권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금융권의 상생금융(사회 공헌)에 대한 수위를 낮추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근까지 두 정당 모두 주요 은행장들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잇따라 회동했다.
경제 및 금융권 현안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일 뿐 무언가를 강제하려는 자리가 아니였다는 설명이지만, 조기 대선 이후에는 정치권의 스탠스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 업계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금융투자정책이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주도권이 넘어갈 예정인 만큼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증시에 유리한 공약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증시 투자자들의 초점도 금위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보다는 대선 캠프의 목소리에 더 맞춰질 것으로 모인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밸류업(기업가치재고) 프로그램이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은 탄핵 선고 전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은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 보호와 공정한 자본시장을 강조해왔다. 소액주주의 표심도 여기에 더 쏠려있다.
경제 반등의 열쇠 '추경·금리인하'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 경제는 조기대선 전까지 '리더십 공백'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도 코로나 사태에 버금갈만한 수준까지 심화됐다.
4월 7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2조원 이상 매도폭탄을 던지면서 코스피가 5% 넘게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33.7원 급등하며 1470원 턱 밑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이날 환율 상승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정국 교착 상태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추경 집행과 보다 완화된 통화정책으로 내수 경기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쏟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밝힌 추경 규모는 10조원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30조원까지 확대하자고 나서 논의 과정에서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오는 6월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생지원금 등 내수 진작 정책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 아젠더에 대한 주도권 경쟁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추경 편성 진행이 지지부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없지 않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구성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정책 운용 여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재정 정책을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2분기에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4%에 해당하는 10조원 규모의 추경, 3분기에는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가정하며 "10조원 추경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약 0.04에서 0.08%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탄핵 인용 후 국회의 추경 승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1차 추경 규모 자체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올해 5월, 8월, 11월에 걸쳐 각각 0.25%p(25bp))씩 기준금리를 인하해 최종적으로 2% 수준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해질 경우 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8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최종금리는 내년 2분기까지 연 1.5%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 대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 역시 같은 흐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적극적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바클레이즈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강력한 법치주의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경제 흐름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관심이 대선으로 이동하고 트럼프 관세에 따른 외부 충격을 감안할 때 경제정책 조합이 부양기조로 더욱 무게 중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10조원의 추경 보다 큰 20~25조원을 예상하며 한은도 5월경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HSBC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내 경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대외 악재로 심리 회복은 느릴 소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SBC는 "이번 판결은 한국의 정치, 정부 정책, 금융시장에 있어 어느 정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관세 역풍이 커지고 있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정치적 갈등이 가라앉는 속도는 다소 느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일부 상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장기간 지속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국내 경제 심리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정치적 긴장과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소비심리와 경제활동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를 고려할 때 정부와 경제 정책 방향의 전환을 예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선 기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