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를 둘러싼 유통가 3세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각 인천과 수원에 테마파크 건립을 발표하면서다. 이에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이을 차세대 테마파크 자리를 누가 꿰차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자체들도 국제 테마파크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대감이 한껏 부푼 모습이다.

정용진, ‘세상에 없던 테마마크’ 만들 것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스타베이 시티' 조감도.  사진=신세계프라퍼티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스타베이 시티' 조감도. 사진=신세계프라퍼티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418만㎡(127만평) 부지에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한 대규모 국제 테마파크 ‘스타베이 시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스타베이 시티’는 별을 뜻하는 ‘스타’와 바다의 만을 뜻하는 ‘베이’의 합성어로 일상과 비일상적 경험이 어우러져 빛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용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9년 열린 화성 국제 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현재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9년 화성 국제 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래 2020년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토지 매매계약을 거쳐 2023년 마스터 플랜을 완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테마파크 IP사로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신세계화성 측은 올해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내년에 착공에 돌입해 2029년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착공 시, 공간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비롯해 문화, 쇼핑, 레저, 여가시설 등 폭넓은 즐길 거리와 휴양 공간으로 꾸며진다. 특히 국내 첫 글로벌 영화사의 IP 테마파크이자 아시아 유일의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로서 각종 놀이시설과 쇼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체 MD(기획상품), F&B(식음료) 등 특화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베이 시티’는 국내는 물론 해외 방문객들도 꼭 가보고 싶은 아시아 대표 랜드마크로 개발해 개장 시 연간 30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마리 막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부문장도 “화성국제테마파크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모두 접근하기 좋은 탁월한 위치, 다양한 놀이시설을 도입할 수 있는 넓은 부지, 인근 관광자원까지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공간 가치 창출 역량을 지닌 신세계와 협력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테마파크를 만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동선, 아시안게임 개최지에 랜드마크 조성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천시와 손잡고 조성하는 중인 대규모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천시와 손잡고 조성하는 중인 대규모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인천시와 손잡고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 5월과 6월, 제주도 애월읍과 경남 통영시에 테마파크 건립 계획을 밝힌 이후 벌써 세 번째 발표다. 해당 테마파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올림픽파크 17만㎡ 면적의 승마경기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부지는 아시안게임 당시 장애물, 마장마술,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한 종목의 승마 경기가 열렸지만 이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월 인천시와 ‘수도권매리지(승마장 부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프로젝트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간은 기존 부지를 활용한 승마 경기장을 포함해 다양한 레저 문화시설로 꾸며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테마파크에 자회사를 대거 입점시켜 계열사 간 시너지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아쿠아플라넷(아쿠아리움), 한화넥스트(승마경기장), 한화푸드테크(식음 서비스) 등이 힘을 보탠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방문 관광객 규모에 비해 레저 시설이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복합 문화 공간 조성은 물론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도 지난 1월 열린 협약식에서 “2014년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아시안게임 개최지에 새 랜드마크를 조성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라며 “완전히 새로운 놀이 문화 공간 조성으로 이곳이 다시 한번 전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달 2일 수도권매립지 내 드림파크 승마장 부지 관련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회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실무협의회는 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간 협의체로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신속한 행정절차 지원과 민간 투자자의 원활한 사업 수행을 돕기 위해 실무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테마파크 조성 명암은?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영록 신세계그룹 사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마리 막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부문장, 정명근 화성시장. 사진=신세계프라퍼티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영록 신세계그룹 사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마리 막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부문장, 정명근 화성시장. 사진=신세계프라퍼티

이렇듯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대기업이 일제히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대형마트(-18.8%) ▲백화점(-3.6%) ▲편의점(-4.6%) ▲준대규모 점포(-1.2%) 등 모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6.7% 증가했다. 이에 기업들은 테마파크를 발판 삼아 고객 경험을 통해 소비를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 침체를 앓아온 지자체도 테마파크 건립을 반기고 있다. 테마파크가 들어설 경우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뿐 아니라 고용 창출,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1월 열린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에서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을 민간 개발 지원 1호로 상정하고 화성시와 협조해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근 화성시장도 “화성국제테마파크의 적기 개장을 위해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구 감소는 두 기업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인구는 약 5100만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테마파크의 주 이용자인 젊은 세대의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을 한참 밑돈다. 이에 국내 관광객만으로는 테마파크 건설과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련자는 “인구가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국내 관광객 유치만으로 대규모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이에 대비해 해외 유명 IP와의 업무협약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