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사. 출처=각사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출처=각 사

지난 25일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이날 KB·신한·우리·IBK·BNK·DGB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며 국내 금융권이 ‘슈퍼 주총’ 주간을 맞았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주요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되며 정기 주총을 이변 없이 마무리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에 이어 이날 KB·신한·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이었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이 전체 주주의 과반에 달하는 표를 확보하며 무난하게 재선임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탁결제원이 외국인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투표에서 전체 외국인 주주 의결권 중 약 63.7%인 1억2360만주가 함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나금융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 주주 국민연금도 최근 함 회장 연임 안건을 찬성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다. 함 회장의 연임 안건이 81.2%의 찬성률로 통과되면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3년 더 이어가게 됐다.

이날 주총에서 함 회장은 “손님과 주주로부터 중차대한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 영역 확장과 더불어 기술 혁신과 미래 금융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과 현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과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겠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의 정기 주총이 열리는 ‘슈퍼 주총 데이’인 26일의 관전 포인트는 우리금융의 비과세 배당 도입 여부였다.

우리금융은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비과세 배당 추진을 위한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본준비금 3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안건이다.

비과세 배당을 받으면 개인주주는 배당소득세 15.4%를 내지 않는다. 배당 금액의 100%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세금을 떼지 않는 만큼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수익이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가 최초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해 주가 상승 효과를 누렸다.

4대 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총 9명을 교체하며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외이사진 재편도 단행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2명, 하나금융은 1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우리금융은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바꿨다.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 등 2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신한금융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으로 윤재원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 의사를 밝힌 최재붕, 진현덕 이사 자리에는 양인집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전 일본 스마트뉴스 운영관리 총괄(공인회계사)을 새로 앉혔다.

하나금융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4명을 연임시키고 6년 임기를 꽉 채운 이정원 이사만 교체했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여신심사부문장이 선임됐다.

우리금융에는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김춘수 전 유진기업 대표가 신임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새 사외이사진과 함께 올해를 내부통제 강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임 회장은 “여러 값진 성과에도 주주와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라며 “일련의 사건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그룹 전 임직원은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올 한 해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반드시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내부통제를 신한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라면서 “내부통제 체계의 더욱 실질적인 구동을 위해 관리 감독, 모니터링 체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진 회장은 “내부통제의 핵심은 임직원의 투철한 윤리의식”이라며 “지속적인 교육과 실효성 있는 노력을 바탕으로 강한 윤리의식을 내재화하겠다”라고 밝혔다.

4대 금융 모두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내부통제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도입된 내부통제위원회는 금융사 내부통제 전반을 감독하는 이사회 보조 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