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열린다. 벚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4월 이야기
4월 이야기

4월 이야기

일본 | 청춘 | 1998 (한국 2000)

감독: 이와이 슌지

배우: 마츠 다카코, 타나베 세이이치

도쿄로 상경한 신입생 우즈키는 도시에서 겪는 낯설고 서툰 일상, 독특한 친구들과 무뚝뚝한 이웃들과 관계, 그리고 고등학교 선배와 짧은 재회를 잔잔하게 그린다. 영화는 선배가 빌려준 빨간 우산 속, 우즈키의 미소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그 장면은 <늑대의 유혹>(2004)의 강동원 장면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끝은 왜 우즈키가 그 대학에 들어간 이유가 나오는 단 몇 줄의 대사다. 담임 선생에 따르면, 우즈키가 그 대학에 들어간 건 기적이다.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던 우즈키지만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그 선배가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한 것이다.

제목 4월은 일본 새 학기가 시작되는 4월이자 주인공 이름 ‘우즈키’를 뜻한다. 한국영화라면, 제목이 ‘삼월 이야기’가 됐을 수도 있다,

영화를 처음 보면, 이야기가 이제 시작하나 싶은 타이밍에 영화가 끝난다. 하지만 두 번째 보면, “아, 그래. 이게 봄이지.”, “그래, 이게 벚꽃이지.” 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편, 영화는 벚꽃이 흐드러지는 주택가를 배경으로 이삿짐 트럭이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처럼 내리는 벚꽃과 신부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이 약 2분간 이어진다.

진해군항제에서 이 장면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진해에서 57년 만에 개방한 ‘웅동수원지 벚꽃단지’이다. 벚나무 약 45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봄바람 흩날리면,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4월 9일 재개봉 | 일본 | 로맨스 | 2017

감독: 츠키카와 쇼

배우: 키타가와 케이코, 오구리 슌,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원작 소설,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 버전이 있다. 실사 영화는 2025년 4월 9일 재개봉한다.

제목만 보면 로맨스가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벚꽃 아래에서 피고 지는 감정을 담은 영화다.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학생 사쿠라는 시한부 환자다. 어느 날, 사쿠라의 비밀을 알게 된 평범한 남학생 하루키에게 사쿠라는 “내 췌장이 망가져서, 이제 얼마 안 남았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고백처럼 말하며, “너에게 내 남은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권리를 줄게”라고 한다. 그렇게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고, 때론 오해하고 다시 가까워진다.

사쿠라는 미리 밝혀진 대로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을 벗어난 결말을 향한다. 이 반전이 이 영화를 기존 시한부 로맨스와 구별되게 만든다.

제목은 일본 민간신앙에서 유래했다. 건강한 사람의 장기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에서 따왔지만, 영화에서는 그 믿음을 고백의 형식으로 바꿔 사용한다. “너의 일부가 되고 싶어”, “너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라는 뜻이다.

주인공 이름 사쿠라를 비롯해, 벚꽃이 왜 봄에 피는지에 대한 대화, 또 사쿠라와 하루키가 함께 걷는 벚꽃 배경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벚꽃 축제에 가면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굳이 갈 때는 아무나와 가지 않는다. 우리에게 남은 각각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그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간다. 그 마음, 진해 여좌천의 ‘로망스 다리’를 함께 걸으며 느낄 수 있다.


노량: 죽음의 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 한국 | 전쟁 | 2023

감독: 김한민

배우: 김윤석, 정재영, 백윤식, 허준호

진해군항제 의의와 가장 관련 있는 영화이다. 진해군항제는 이순신 제독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축제다. 진해군항제는 꽃놀이를 넘어 역사를 되새길 축제다.

그럼에도 벚꽃은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점에서 벚꽃 축제가 복잡한 감정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창원시에 따르면 진해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다.

영화는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그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왜군은 급히 철수하려 한다. 그러자 명군과 당대 애국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빨리 전쟁을 끝내자고 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대로 보낼 생각이 없다. 왜군을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순신의 수군이 노량으로 출정한다.

<명량> 삼부작 중 전투 장면이 가장 뛰어나다. 약 100분간 이어지는 해상 전투는 스케일과 리듬을 모두 갖췄다.

해상 전투 장면을 보고 갈 만한 진해군항제 명소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다. 두 곳 모두 일반에 개방되며, 100년 넘은 왕벚나무도 있다. 또한 4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군악의장대 축제와 함께 보면 더 좋다. 육·해·공군, 해병대, 미8군, 몽골 군악대, 육군전통의장대 등 총 11개 팀이 참여해 무대를 꾸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