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심해 케이블 절단기를 개발하며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를 교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과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이 기술은 최대 40000미터 수심에서 작동 가능하며, 전 세계 데이터 전송의 95~99%를 담당하는 해저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중국선박과학연구센터가 개발한 심해 케이블 절단기는 지상 압력의 400배를 견디며 60mm 두께의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다. 태평양 괌 근처와 같은 전략적 요충지의 통신망을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이다.

괌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기지로, 군사 및 민간용 광케이블이 집중된 지역이며 SCMP는 이 도구가 지정학적 위기 시 글로벌 통신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글로벌 인터넷을 블랙아웃시킬 수 있는 전략무기를 손에 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절단기는 심해 잠수정에 장착되어 민간용 인양과 해저 채굴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기민하게 군사적 이중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다툼이 해저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해저 케이블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홍해에 깔린 해저 케이블. 사진=위키디피아
홍해에 깔린 해저 케이블. 사진=위키디피아

해저 케이블은 무엇?
해저 케이블은 현대 디지털 시대의 중추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140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네트워크는 인터넷 트래픽의 절대다수를 처리하며 대륙 간 이메일, 화상 회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통신 시장 조사 기관 텔레지오메트리(TeleGeometry)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2024년 초 기준 574개의 해저 케이블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아카마이 랩스의 앤디 샴페인 CTO는 "다른 대륙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한 적이 있다면, 해저 케이블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글로벌 인터넷의 대부분은 바다를 통한 초연결인 셈이다.

문제는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해저 케이블의 취약도다. 만약 절단되면 인터넷 속도 저하, 접속 불가 등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시스코 산하 사우전드아이즈의 조 바카로 부사장은 "해저 케이블 손상 시 트래픽 우회로 인해 혼잡이 발생하며,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 속도 저하나 서비스 중단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15개 케이블 중 4개를 절단해 국제사회가 화들짝 놀라는 일도 벌어졌다.

미중 패권 전쟁, 그리고 해저 케이블

해저 케이블은 단순한 통신 인프라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적 패권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 해저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유사시 통신망을 마비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며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구글과 메타 등 자국 기업에 태평양 해저 케이블이 중국 수리 선박의 스파이 활동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영 기업 SB 서브마린 시스템즈가 선박 위치 추적을 차단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로이터 보도 역시 미국이 중국 본토나 홍콩과 직접 연결되는 케이블 설치를 차단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중국은 자체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과 경쟁할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동시에, 남중국해에 2030년까지 심해 정거장을 건설하며 해저 자원과 통신망 장악을 노린다. 반면 미국 기업들도 뒤지지 않는다. 메타와 구글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대규모 케이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기술 패권 다툼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국면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방어적 입장에서 자국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공격적 확장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의 절단기 개발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유사시 상대 통신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로 해석된다. 반면 자연재해와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케이블을 보호하려면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해저 케이블은 디지털 경제와 국가 안보의 핵심 동맥이다. 미중 양국이 이를 장악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의 신기술 공개는 갈등의 판도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이 전선에서의 움직임은 글로벌 통신 안정성과 지정학적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