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기본적으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채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13일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 원장과 임 회장이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이날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내 파벌도 존재하고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그만두면 거버넌스 관련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면서 “임 회장이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버넌스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의견을 임 회장께 여러 번 전했다”라면서도 “원칙적으로 임기는 이사회와 주주 등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도출은 임 회장에 대한 입장과 관계없이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의 경영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인수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거버넌스가 유지된 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금융의) 외연 확장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영실태평가 도출과 이후 이어질 자회사 편입 문제 등은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영실태평가가 설사 좋게 나온다고 해도 현재 거버넌스와 관리 역량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임 회장이 임기를 지키고 거버넌스가 흔들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거꾸로 회장님이나 행장님 입장에서는 본인의 직을 걸고 체질 개선과 환골탈태를 이끌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부당대출’ 기업은행에 경고…“큰 책임 물을 것”

대형 금융사고가 되풀이되는 원인으로는 내부통제 부실과 함께 금융권 내 온정주의 문화를 꼽았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에 1000억원 단위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건 매우 큰 문제”라며 “금융회사의 온정주의에 대해 경고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관계가 온정주의적으로 흘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를 낸 기업은행에 관해서도 “결국은 ‘끼리끼리 문화’와 온정주의 문화, 외연 확장주의 등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굉장히 심각해 엄하게 보고 있고 큰 책임을 물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논란 등에 아쉬움을 표한 점에 대해서는 특정 CEO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며 하나금융지주를 거론했다.

그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하나금융의 CEO 선임 절차가 상당히 좋아졌다”면서도 “‘셀프 연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은 관련 규정 개정이 왜 불가피한지를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한 사실이 소비자나 주주에게도 공유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 중이라는 지적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흐름이 올해 1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현재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완화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며, 소비자가 곧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이 원장은 내다봤다.

이 원장은 “물가나 환율, 내수, 국내총생산(GDP) 성장 등과 관련한 추이를 고려하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당국 내,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라며 “현재 거시경제 흐름에 맞게 도움을 드릴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라고 전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이달 말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애플‧삼성페이 수수료 부담 크지 않아”…토스 ‘봐주기 논란’ 부인

애플페이 및 삼성페이 수수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신한카드 등이 애플페이 제휴를 시도하자 삼성 측에서 카드사에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처럼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부담이 카드 가맹점 및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원장은 “원칙적으로 시장의 자율적 운영 측면에서 개별사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을 금융당국이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할 수는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페이나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부과하더라도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카드사에 전달했다”라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이 카드사가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현재 애플페이 도입을 희망하는 금융사와 소비자와 가맹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계 현황 등을 점검하면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해 ‘봐주기 징계’를 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토스 입장에서는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높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어떤 분은 과하다고 하고, 어느 분은 너무 봐줬다고 하니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은 지방 자금 공급을 위해 추가 대출 한도를 부여하고 저신용자 대출 상품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 사항 등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지방 부동산이나 지역 건설사 어려움과 관련해 수요 사이드에서 어떻게 조금 여유를 드릴 수 있는지, 공급 측면에서는 어떻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