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내의 자동차 3사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2024년 성적표가 나왔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반면 ‘큰 형’ 현대차는 매출 증대에도 원하던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24일 한국거래소 등 공시 자료를 통해 4분기와 연간 판매 실적을 공개하고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기아, 매출·영업이익 ‘만루홈런’… 역대 최대 매출 2년 연속 갈아치워

북미 판매 실적이 크게 향상된 기아는 ‘만루홈런’이 터졌다.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스포티지, 카니발 등 고수익 레저용 자동차(RV)가 효자 노릇을 했다.
기아는 이날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4년 한 해 동안만 308만 9300대의 차량을 팔았다고 밝혔다. 직전 최다 판매량은 2023년 기록한 308만 7384대였다. 2022년 290만 1849대와 비교하면 2년 만에 6%가 넘게 증가한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12조 6671억원을 기록해 사내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아는 ▲2021년 5조 657억원 ▲2022년 7조 2331억원 ▲2023년 11조 60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꾸준한 우상향을 그려왔다.
매출액도 2024년 107조 4488억원을 기록해 ▲2021년 69조 8624억원 ▲2022년 86조 5590억원 ▲2023년 99조 8084억원보다 대폭 늘어났다.

친환경차 판매 실적 부문에서도 기아는 ▲하이브리드 36만 7000대(전년 대비 20% 증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7만 1000대(19.5% 감소) ▲전기차(EV) 20만 1000대(10.2% 증가)로 집계됐다.
기아는 올해 실적 예상치로 ▲판매 321만 6000대 ▲매출 112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2조 4000억 원 ▲영업이익률 11%를 제시했다. 도매 판매는 지난해와 비교해 4.1%, 매출은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기아는 제품 믹스·ASP 개선에 따른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에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지속 유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선진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지에선 하이브리드·EV 등 친환경차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차로는 기아의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 인도 전략 모델 시로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를 올해 출시한다. 세단형 전기차 EV4를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하고 준중형 SUV EV5를 국내 출시해 ‘대중화 EV 풀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아 김승준 전무는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를 깨뜨리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오는 12월에는 북미를 대상으로 텔루라이드 후속 차량을 준비 중”이라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2월 텔루라이드가 출시되면 PV5의 로보택시 사업과 맞물려 오는 2026년 그 이상에도 우수한 성과를 바라볼 수 있겠다는 것이 기아 경영진의 생각이다.

앞서 기아 송호성 사장은 지난 6일 현대자동차 신년회에서 지난 2021년부터 브랜드 리런칭과 함께 토탈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한 것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목적 기반 차량(PBV)을 화성 EVO 플랜트에서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PBV는 개인화 설계를 기반으로 하며 휴식 공간, 이동형 창고, 택배 차량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뜻한다. 기아는 오는 2030년 연간 30만 대의 PBV 판매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PV5가 올 하반기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송 사장은 “고객의 비즈니스 영역에 맞게 최적화된 수요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오는 2027년에는 후속 모델인 EV7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둑해진 현대모비스 지갑…영업이익 전년 대비 33.9%·YoY 88.5% ‘으쓱’

현대모비스도 같은 날 세부적인 재무 실적 발표를 하고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현대모비스는 2024년 매출 57조 237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조 735억 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업이익이다. 지난 2023년 2조 2953억원에서 영업이익이 무려 33.9%가 급증한 것이다. 4분기로 한정해도 523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9861억원으로 무려 88.5%가 뛰었다.
구체적으로 현대모비스는 부품 제조 매출이 증가했고 비용 회수 및 원가 절감 등 손익 개선 활동을 통해 제조 부문에서 영업이익을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기아와 마찬가지로 모듈·부품의 수요가 북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어나는 등 호재가 잇따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2년 13억 달러(약 1조 8572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시스템 ▲샤시 ▲PE 모델 ▲칵핏 등을 만들 수 있는 북미 전동화 생산 거점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핵심 부품 수주 전략으로 램프의 수익성 확보 기반 타깃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는 한편 전장 제품 고도화 및 신기술 프로모션을 통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예정이다.
뛰어난 성과에 주가도 반응했다. 지난 23일 25만 2000원에서 거래를 마친 현대모비스 주가는 24일 장 마감 기준 26만 3500원으로 4.56%가 올랐다. 이 외에도 현대모비스 농구단은 KBL 2024-2025시즌 현재 2위를 기록해 2018-2019시즌 이후 첫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와 수익성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며 “앞으로도 핵심 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들 잘 나갔는데”… 매출액만 신기록 쓴 현대차

반면 현대차그룹의 '큰 형님'인 현대차는 매출액은 증가하며 신기록을 썼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EBITDA 등 경영 지표가 소폭 가라앉으며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경영 실적과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며 2024년 매출액은 175조 231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4조 239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하며 지난 2023년 자체 최다 매출액인 162조 6635억원을 뛰어넘었지만 영업이익이 5.9%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도 2조 82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2% 내려왔다.
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46조 6237억원의 4분기 매출액을 기록했다.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 ▲믹스 개선 및 가격 인상 ▲환율 우호 등에 힘입어 매출 상승세를 이어 나갔다.
다만 매출액 대비 판매 관리비 비율이 판매보증비 관련 환율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1.5%포인트 오른 13.4%로 집계되며 영업이익의 발목을 잡았다.
EBITDA(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도 지난 2023년 약 20조 2860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2024년에는 18조 8360억원을 남겼다.
현대차 윤태식 IR 팀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북미 지역에서만 약 1300달러(약 186만 원)의 인센티브가 상승하는 등 약 7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며 “인건비, 연구비 상승 등 판관비 증가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승조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도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GM과 ▲1분기 내 주요 바인딩 계약 ▲북미·중남미 지역 아이템 선정 후 공동 구매 추진 ▲EV 상용차 GM 리뱃징 검토 등을 통해 1분기 실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