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아워홈, 한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아워홈, 한화

‘한화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마냥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 모양새다. 인수 완주까지 아워홈 오너 2세의 남은 지분 매각을 설득하고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이후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아워홈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아워홈 인수 작전으로 김동선 부사장의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을 인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워홈 지분에 대한 주식거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아워홈 지분 100%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번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부사장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푸드테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아워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소재 등의 사업이 단체급식을 수주하기 좋은 사업장들이라는 점 또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변수는 ‘지분 취득·인수대금’

그러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워홈 오너 2세 형제자매의 지분 취득’과 ‘과도한 인수대금 마련’이라는 큰 변수가 남아있다. 

현재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을 비롯해 ▲장녀 구미현 회장(19.28%)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20.67%) ▲차녀 구명진 전 이사(19.60%) 등 4남매가 지분 총 98.1%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주식매매계약(SPA)를 맺고 주당 6만5000원에 아워홈 주식을 매도하기로 한 상황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58% 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의 의사 결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워홈 정관 제9조 제3항에서는 어느 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구지은 전 부회장 또는 구명진 전 이사가 주식 매각을 원하지 않는다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넘어갈 주식을 먼저 사들일 수 있는 우선권을 얻게 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매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남매의 난’에서 밀려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도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셈이다. 

다만 우선매수권의 효력이 소멸됐다는 의견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남매간 우선매수권을 보장하며 주식의 타인 양도를 제한하는 아워홈 정관을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정관에 주식 양도를 막는 구체적인 제약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턱없이 부족한 인수자금이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94억원에 불과하다. 보유 현금에 매출채권 등을 합한 유동자산도 2356억원에 그친다. 1년 안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자금이 2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사모대출 전문회사 IMM크레딧솔루션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등 인수 자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MM크레딧솔루션이 약 2000~3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자금은 한화그룹 내 보유 현금을 활용하고 금융권에서 인수금융을 일으켜 조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아워홈 인수와 관련해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수 후 시너지 효과도 불분명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큰 산을 넘어 최종적으로 아워홈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아워홈은 최근 AI(인공지능) 기술 도입과 혁신 스타트업 육성 등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사업 모델은 ‘급식’이다. 업계에서는 “급식은 공급망을 깔아놓고 안정적은 매출을 낼 수 있는 반면 영업이익과 성장 가능성은 낮은 사업으로 평가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아워홈을 비롯해 현대그린푸드·삼성웰스토리·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기업이 8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 시장으로 점유율 확장이 쉽지 않다. 이들 모두 계열사나 친족기업 계열사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통해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중 아워홈은 범 LG가로서 혈연관계에 따른 계열사 급식사업장을 다수 운영 중이다. 캡티브, LG, LS, GS, LX 등 5곳으로 아워홈 전체 계약 물량의 40%를 차지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40%에 달하는 물량이 경쟁사로 넘어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미 한 차례 단체급식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20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식자재 유통·단체급식(FC)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며 사업을 중단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푸드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 외에 큰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운 급식 사업에서 푸드테크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수요는 안정적이지만 급격한 성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동화 기술, AI 등을 활용해 메뉴를 설계하고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등 푸드테크와 연관을 지어야 새로운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아워홈 인수를 통해 이런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면, 단순히 급식 사업에 재진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