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태국 방콕에서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들어오던 여객기가 활주로에 정상 착륙하지 못하고 공항 외벽에 충돌, 탑승객 181명 대부분이 숨지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전남소방청, 한국항공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경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정상적으로 멈추지 못하고 충돌 후 폭발했다.

동체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크게 충돌하며 큰 화재가 발생해 사고 희생자는 더 늘어났다. 이번 참사로 2021년생 어린 아이를 포함한 179명이 희생돼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참사로 기록됐다.

전남소방청과 소방 관계자는 “승객들이 동체 밖으로 쏟아지며 대부분 사망했고 구조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라며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돼 오후 1시 경 수습 작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아 특히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는 기체의 주 제동장치인 뒷바퀴가 착륙 과정에서 제대로 나오지 못하며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착륙 예정이었던 여객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정상 착륙 불가 판단을 받고 복행(Go Around)해 다시 착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만 재착륙 과정에서 엔진 계통 악화로 전자·유압계에 오류가 발생해 비행기 랜딩 기어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9시7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9시7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랜딩 기어 고장 원인으로 우측 엔진 부분에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 중이다. 소방청은 기상 악화로 인해 여객기가 새 떼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 중이며 착륙 당시부터 우측 엔진에 불이 붙어 있었다는 다수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업계에선 ‘하늘의 공포’라고 불릴 만큼 피하기 어렵고 대처도 까다롭다. 특히 엔진 부분에 새가 충돌할 경우 엔진 추력 손실·방화 등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공 항공기 보잉 737-800.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보잉 737-800.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해당 항공기는 보잉 737-800 모델로 기령은 약 15년 정도”라고 밝혔다. 비행기 기령은 15년까지는 비교적 신형으로 분류된다. 다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틀 전 동일 항공편에서도 여러 차례 시동 꺼짐 현상이 있었다는 승객 증언이 있어 기체 결함 등 추가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사고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뒤 곧장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으로 가 직접 사고 현장을 확인 중이다.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광주시·전라남도는 각각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한국항공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무안공항 7C2216편 사고와 관련해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무안공항과 서울 본부에 사고수습 대책본부가 꾸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도 전남 무안 지역에 비상근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인접한 함평·목포 지역에 하위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 발령 시 소속 경찰관의 연가를 중지하고 가용 경찰력 100%를 동원할 수 있다.

군도 특전사와 엠뷸런스를 비롯한 병력 약 180명을 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섰으며 군 헬기 등 전력도 필요시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출동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김이배 대표 주재 하에 비상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사고 수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탑승자 명단 관련 문의는 국내) 080-898-1500, 해외) +82-1599-8629, 미주) +1-833-892-0197로 전화를 걸면 확인할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 직무대행은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인명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며 “인명 구조 과정에서 소방대원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