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종합통장 홍보 관련 안내문. 사진 = 연합뉴스
주택청약 종합통장 홍보 관련 안내문.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11만 명 넘게 줄어든 가운데, 서울과 지방 간 감소 폭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은 로또청약 기대감으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반면, 지방은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서울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50만1393명으로, 10월 말(651만5662명) 대비 1만4269명(-0.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방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126만7660명으로, 10월 말(1131만8783명) 대비 5만1123명(-0.45%) 줄었다. 9월 말과 10월 말을 비교하면 지방은 3만5264명이 줄었지만 서울은 오히려 881명 증가했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지방의 감소 폭이 더 컸다. 1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0.38%(2만4955명) 줄어든 반면, 지방은 1.7%(19만1818명) 줄어들며 감소 폭이 서울의 4배를 넘었다. 

서울은 로또청약 기대…지방은 침체 지속

청약 경쟁률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뚜렷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2.8대 1(12월 2주차 기준)로 조사됐다. 이는 인터넷 청약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평균 27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주요 단지를 보면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71가구 모집에 3만4279명이 몰리며 48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공급 37가구에 3만7946명이 몰려 서울 분양 역사상 최고 경쟁률인 1025대 1을 기록했다.

강남권에 청약통장이 몰린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로또청약'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부진이 이어졌다. 올해 지방에서는 6만295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섰지만, 총 37만9168명이 신청해 평균 6.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부 지역은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지방에선 신규 청약 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소도시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8307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의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청약 가점에서도 서울과 지방 차이 나타나
당첨 가점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뚜렷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서울 민간 분양 아파트의 평균 당첨 가점은 63점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 3구는 72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3인가구의 가점 만점(64점)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3인 이하 가구는 강남 아파트의 청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지방 대부분 지역은 평균 당첨 가점이 40~50점대에 머물렀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는 84점 만점 통장이 올해만 10개 등장했다. 이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리얼하우스 관계자는 "지난해 추첨물량이 대폭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신생아 특별공급, 신생아 우선공급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분양물량이 증가해 중장년층은 청약기회가 줄었다"며 "이에 높은 가점을 보유한 중장년층이 가점제로 몰리면서 당첨 커트라인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 격차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내년 서울에서는 대규모 정비 사업을 통한 일반 분양 물량의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강남권 분양 예정 단지인 '잠실르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은 치열한 경쟁 속에 당첨 가점은 70~75점대의 커트라인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그동안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많이 올랐지만 서울 아파트는 자산적 가치가 높고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져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