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 사진=롯데관광개발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 사진=롯데관광개발

최근 카지노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경쟁사가 늘며 치열한 경쟁에 마케팅 비용 증가와 일본 VIP 이탈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나홀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롯데관광개발이다. 업계는 롯데관광개발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제주도 무사증(무비자) 관광객 증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다. 이러한 특수에는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이사의 제주도 내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1조5000억원 상당이 투입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드림타워) 사업을 김 대표가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오너 2세인 김 대표와 ‘환상의 호흡’으로 롯데관광개발을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다. 백 대표는 2015년 3월 대표이사 사장(여행부문 경영총괄)으로 취임한 이후 올해 3연임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행통’인 백 대표는 국내에 크루즈 사업을 도입하고 발전시킨 인물이다. 최근 롯데관광개발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해외 프리미엄 여행상품 강화도 백 대표의 작품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백 대표, 김 대표와 함께 김기병 회장 3인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우려 속 선전, 드림타워

1971년도에 설립된 롯데관광개발은 관광개발 및 국내외 여행알선업을 중심으로 한 종합여행기업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8년 파라다이스그룹이 제주 롯데호텔에서 운영 중이던 ‘파라다이스 제주롯데 카지노(주식회사 두성)’를 149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상호를 ‘엘티카지노(주식회사 엘티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하고 350억원을 유상증자로 투입해 카지노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드림타워는 공사기간만 5년이 걸린 대대적인 프로젝트다. 2016년 첫삽을 뜨고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2월 정식 오픈했다.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는 호텔과 리테일까지 또한번 확장됐다. 드림타워는 사업 영역 확장뿐만 아니라 카지노와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의미 깊다. 외국인 VIP 유치를 위해서는 콤프(카지노 제공 고객 서비스)가 필수인데 호텔과 리테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1600개의 객실, 14개의 레스토랑을 보유한 리조트는 그랜드 하얏트 그룹에 운영을 맡겼다.

롯데관광개발 실적은 코로나19 전후로 나뉜다. 최근 4년간(2021~2023년) 실적을 보면 매출액과 영업손익이 ▲2021년 1070억원, -1313억원 ▲2022년 1837억원, -1187억원 ▲2023년 3135억원, -606억원 등을 기록했다. 코로나 펜데믹(대유행)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그러던 것이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3614억원, 영업이익 368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반전 역사를 썼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3.7% 증가하고, 영업손익은 -513억원에서 881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올해 3분기 카지노업계 다른 기업들이 실적 저하를 확인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드림타워가 처음부터 기대를 모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완공된 만큼 실적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카지노를 주 수익원으로 드림타워가 조성된 만큼 감염병으로 국경이 닫혀있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일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하늘길, 바닷길 등이 정상화되며 사정이 바뀌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해외-제주 직항 노선은 2016년 9585편으로 정점을 찍고 코로나 팬데믹 정점이던 2021년 4편까지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4067편으로 전성기의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선박운행도 정상화되며 제주도 입도객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차입금 문제도 한몫했다. 2019년 690억원에 불과하던 총차입금은 2020년 8220억원으로 증가했다. 빌린 돈인 차입금이 1년 만에 1091.3%나 치솟은 셈이다. 2024년 3월 기준 총차입금은 1조3237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타워 건물‧토지 지분에 대해 두번의 토지자산 재평가를 통해 순차입금의존도를 71.9%로 낮추며 재무안정성을 강화했다. 지난달 8390억원의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이자까지 이전보다 200억원 상당 줄이기도 했다.

프리미엄 여행 상품 강화, 기대감↑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8월 인천에서 출발해 홍콩으로 떠나는 10박 11일의 ‘아시아 4개국 크루즈’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8월 인천에서 출발해 홍콩으로 떠나는 10박 11일의 ‘아시아 4개국 크루즈’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은 이제 ‘여행통’ 백 대표와 더 큰 도약을 준비한다. 지난 5월 프리미엄 여행상품 브랜드 ‘하이앤드(HIGH&)’를 론칭하고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노쇼핑과 5성급 호텔 숙박은 물론이고 전세기를 도입하거나 비즈니스 클래스 패키지 등으로 비행좌석을 마련해 여행의 품격을 높인다는 포부다. 통상 남미나 유럽 등 10시간 이상 장기 여행에서 편안한 교통편의 확보는 여행 상품 프리미엄 요소로 통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이앤드 상품은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9월 그리스 아테네 직항 프리미엄 패키지 572개 전 좌석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8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 4항차로 진행된 이번 상품은 최저 가격이 799만원(각종 경비 및 세금 포함)일 정도로 가격이 상당하다.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패키지’는 올해 한번 완판하며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러한 인기에 추가 상품도 출시했다.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7박 10일 일정으로 떠나는 코나서스 3국 패키지는 1인당 최저가 949만원(각종 세금 포함)으로 ▲직항 전세기 ▲5성급 호텔 숙박 ▲하이킹 등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시드니, 스위스 등 장기여행 상품에 하이앤드 상품을 확대 중이다.

백 대표는 크루즈 여행 분야에서는 선구자나 마찬가지다. 2010년부터 일본, 중국, 러시아를 잇는 크루즈 항로를 개척해 주목받았다. 글로벌 크루즈의 입항은 지역에 수십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 지난 4월 제주도에 중국 크루즈 관광 재개가 본격화하며 지역사회가 큰 관심을 가졌던 것도 같은 이유다. 롯데관광개발은 지중해, 알래스카, 한국‧일본‧대만, 극지탐험, 카리브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스타 세레나호 선상 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대표는 “관광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고의 산업”이라며 “자체적인 크루즈 상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싣고 국내로 들어오는 크루즈가 더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바운드 관광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한편 백 대표는 2010부터 10년 연속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크루즈 전세선을 운항한 공로로 지난 2020년 ‘동탄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