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SW(소프트웨어) 기술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을 BYD(비야디)가 이끌고 있다면, 자율주행 시장은 화웨이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르게 전동화 전환을 맞이한 중국이 ‘스마트카’ 보급에 힘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SW를 포함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중국 자동차 시장 내 화웨이의 부상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국 자동차 업계는 고부부가치 차별화를 위해 도심 NOA(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 등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은 전자 제품 및 통신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화웨이다. 화웨이는 첨단 주행 보조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차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을 선도하는 화웨이는 전기차 산업에 뛰어든 샤오미, 바이두오 달리 차량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기존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체 SW 기술로 소비자 수요에 적기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BYD 등 기존 완성차 업체가 샤오미, 리오토 등 신흥 제조사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화웨이와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와 기존 완성차 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협업 방식은 크제 3가지로 나뉜다. ▲일반 부품을 공급하는 ‘티어1’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HI’ ▲차량 설계부터 디자인, 판매까지 관여하는 ‘HIMA’ 등이다.
특히 HIMA 계열 전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보다도 고가다. 현지에서도 고가 브랜드로 뽑히는 벤츠의 평균 판매가격이 6350만원, BMW가 6240만원이라면 HIMA 계열 전기차는 7425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해 1~9월 31만대가 팔리며,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7위를 차지했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완성차 업체가 자체 SW 기술로는 수요에 적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화웨이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를 전후로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이 중국 소비자 구매 결정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HIMA 호실적 배경으로는 유료화를 꼽았다. 이 연구원은 “화웨이의 경우 2단계 수준 자율주행 기술 패키지를 유로로 제공하면서도 높은 구매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도화 된 SW를 바탕으로) 중국 승용차 긴급제동장치 국가 표준 개정 작업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제재 기회 살리는 현대차그룹
화웨이가 현재로선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기술 수준이 높지만, 그 영향이 내수 시장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7년부터 중국 및 러시아와 연계된 SW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2030년부터는 하드웨어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국가에 미국 내 정보가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당선인 출범 이후 중국산 부품 및 우회 수출 관련 규제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발 빠르게 미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의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관련 SW 부품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내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차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GM과 ‘포괄적 협력’을 체결, 무선 업데이트(OTA)와 차량용 운영체제(OS) 등 SW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웨이모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차는 웨이모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자사 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 적용하고,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GM, 웨이모와 협력하면서 미국의 공급망 안정에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에서 2025년 현대차·기아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