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경기 위축 영향으로 면세점 실적이 난항이다. 이 가운데 늘어나는 임차료 부담으로 면세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유통가에서 면세점이 송출수수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홈쇼핑업계와 닮은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면세점 대표 4사 총 매출액은 2조3441억원이며 총 영업손실은 108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총 매출액 2조2589억원에 총 영업손실 11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액과 영업손익이 반비례를 기록했다는 데 있다. 실제 면세점 4사 총 매출액은 2023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852억원 더 늘었다.반면  동기간 총 영업손실은 119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손실이 969억원이나 불어났다. 통상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늘지 않을 때는 비용 증가가 수반되는 경우가 다수다.

면세업계의 경우 임차료가 비용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4사의 2023년 3분기 총 임차료는 2822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는 3921억원으로 확인됐다. 무려 1099억원이나 증가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을 100억원 이상 넘어선 수치다. 임차료 증가가 없었다면 면세업계의 흑자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전자공시
면세점 대표 4사 최근 2년 3분기 실적. 출처=전자공시

임차료 급증은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의 정책 변화와 관계 깊다. 코로나19 기간 인천공항은 면세업계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임차료를 매출액에 비례해 청구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9월부터는 ‘여객당 임대료’로 코로나19 이전으로 임차료를 되돌렸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여객수 증가로 인한 면세점 매출 증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며 면세점 큰 손이 사라지자 상황이 변했다. 매출액 증가폭이 둔화되며 실적이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이제 면세업계는 돈을 벌어 임차료 내기도 급급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방한객은 2019년 동기 대비 97% 수준이다. 이는 여객수 회복과 면세점 실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물론 지난해 3분기 기준 인천공항에서 전면 철수한 롯데면세점 실적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3분기 손실은 희망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면세업계의 늘어나는 임차료가 홈쇼핑업계와 닮아있다고 진단한다. TV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9년 49.3%에서 2023년 71.0%까지 증가했다. 홈쇼핑사들은 매출액의 3분의 2를 송출수수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TV 시청률이 날로 줄어가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부담만 더해지자 홈쇼핑사는 지난해부터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을 정도다. 송출수수료를 받는 유료방송사업자들과 홈쇼핑사들의 수수료 줄다리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면세업계에서도 인천공항 수수료 조정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중국인 매출이 이전만큼 늘지 않고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객당 임대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