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부터 주요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가운데, 이번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인사 윤곽이 드러난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잠재적 회장 후보군인 5대 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 계열사 53곳 중 64%에 달하는 41개사 최고경영자(CEO) 67명의 임기가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끝날 예정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장은 모두 다음 달 31일 임기를 마친다.

‘연임 좌절’ 우리은행장…농협은행장도 연임 불투명
현재 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가장 먼저 정해진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22일 우리금융그룹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정례 이사회를 열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렵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자추위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장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 경영진이 위법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금융당국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오는 28~29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겸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이 주로 거론된다.
김범석 국내영업부문 부행장과 기동호 기업투자금융부문 부행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기 부행장은 평화은행 출신으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계파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 지난해 조 행장과 함께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 포함됐던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들이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자추위의 추천으로 후보자가 선정되면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관계 법규와 자격 기준 적합 여부를 심사해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을 최종 선임하게 된다. 차기 우리은행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선임 절차를 완료한 뒤 내년 1월부터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첫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드러난 금융사고만 일곱 차례 이상이다. 올해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중대 사고가 발생한 계열사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농협은행장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농협은행장들의 연임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에 힘을 싣는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 중순 이후 차기 행장 후보군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에 강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강호동 라인으로 불리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최영식 부행장 등이 유력한 후보다. 세 명 모두 강 회장과 같은 경남 출신이다.

신한‧하나은행장 연임 유력…국민, 연임 불발 가능성도
신한‧하나은행장은 ‘호실적’과 ‘내부통제’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다음 달 중순 행장 후보자를 발표한다.
지난해 2월 취임해 첫 임기를 마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통상 2+1년이라는 CEO 인사 기조에 따라 연임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올해 3분기까지 신한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9.4% 늘어난 3조1028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금융사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작년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연임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이 행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487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지난 3분기까지 2조7900억원 순이익을 내는 등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행장 역시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책임론을 피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도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재연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홍콩H지수 ELS 사태와 올해 연달아 발생한 금융사고,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 은행) 투자 손실 문제 등은 3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1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지난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4% 상승한 1조116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홍콩H지수 ELS 사태로 1조원에 가까운 배상액을 치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행장은 예상보다 매끄럽게 배상 과정을 정리하면서 이익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 연임에 성공해 올해 3년 차 임기를 지냈다. 허인 전 국민은행장도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한 뒤 3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이 연임 기대를 키운다.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차기 은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이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지주사 사장(부문장)을 맡아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보좌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행장의 연임이 불발될 경우 차기 행장 후보로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김재관 KB금융 재무 담당 부사장, 이승종 KB금융 전략 담당 부사장 등이 꼽힌다.

5대 금융, 연말부터 41개사 CEO 67명 임기 만료
주요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서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각각 내년 3월 31일, 올해 말 끝난다. 농협금융은 다음 달, 하나금융은 내년에 회장 후보자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5대 금융은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의 CEO 임기 만료도 앞둔 상황이다.
KB금융은 11개 계열사 가운데 5개사 대표의 임기가 올해 연말 만료된다. 이 행장과 이홍구·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 등 5개 계열사 대표 6명의 임기가 다음 달 31일까지다.
신한금융은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만료된다. 정 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조경선 신한DS 대표,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연말 임기를 마친다. 박우혁 제주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나금융도 올해 말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가 14개사 중 12곳에 달한다. 이승열 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정해성 하나대체투자 대표,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 조현준 핀크 대표의 임기가 다음 달 말까지다.
우리금융은 14개 계열사 중 7곳의 대표가 연말 임기를 마친다. 조 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 대상이다.
농협금융의 9개 자회사 중 5곳의 대표도 연말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 행장과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