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는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입니다.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 말이다. AI 개발을 위해서는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AI 발달로 전력수급의 중요성이 커지자 국내·외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SMR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거대 기술(빅테크) 기업들은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SM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SMR에 몰려든 빅테크 기업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아마존은 미 버지니아주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도미니언은 이미 버지니아에 있는 아마존의 452개 데이터 센터에 약 3500㎿(메가와트)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계약에서 기존 도미니언의 원전 인근에 SMR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300㎿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워싱턴주에 위치한 공공 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노스웨스트의 4개 소형모듈원전 건설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원자로는 초기에 약 320㎿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후에 총용량을 960㎿로 늘릴 계획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가 향후 가동하는 SMR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앞으로 카이로스가 가동하는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 소형모듈원전 개발사 오클로에 투자 중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SMR 투자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짚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는 전력 충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전력 확보가 각 기업들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은 원자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올해 25GW(기가와트)에서 2030년 80GW로 3배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유럽도 같은 기간 10GW에서 35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빅테크 기업에 있어서는 관건”이라면서 “기술개발 속도나 실현 가능성을 살펴봤을 때 빅테크들이 SMR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어 “차세대 원자로가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이 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체코 원전 등에서 이니셔티브를 잡았던 것에 이어서 국내도 최근 정부를 포함해 여러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 한국, SMR 개발 속도전

국내에서도 SMR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부터 약 4000억원을 들여 본격적으로 ‘i-SMR’(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착수, 우수한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혁신형 SMR(i-SMR) 기본설계를 완료했으며 오는 2025년 12월까지 표준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과 핵연료 취급 설비, 핵연료 운반 용기 및 원자로 계통 보조기기의 대부분을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SMR 분야에선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수립하고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뉴스케일파워의 SMR 주요 기자재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플루어와 루마니아 SMR 사업 관련 기본설계 2단계 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기자재 공급도 가시화 될 전망이다. 특히 뉴스케일파워는 다수의 빅테크 기업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