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트루먼 쇼

Q.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영화는 많은 분이 인생 영화로 꼽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입니다. 몇 시에 방영하죠?

A. 11월 3일(일) 오전 9시 40분에 OCN Movies2 채널에서 방영합니다.

Q. 시간 안 되는 분들은 어떤 OTT로 볼 수 있나요?

A. 현재는 구독 서비스에는 빠져 있고, 단품 구매로만 시청 가능합니다. OTT 최저가는 ‘시리즈온’과 ‘웨이브’에서 1,500원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Q. 어떤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A. 짐 캐리는 다 아시니까, ‘트루먼 쇼’의 감독 피터 위어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Q. 그러고 보니 ‘트루먼 쇼’ 하면 짐 캐리만 떠오르지 막상 감독은 잘 모르겠네요.

A. 짐 캐리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긴 합니다. 배우 개성이 워낙 강하니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트루먼 쇼’의 감독은 호주 출신의 ‘피터 위어’입니다. 이름만 들어선 낯선 감독이지만, 작품 들으시면 아! 하실 겁니다.

Q. 피터 위어 감독? 어떤 영화가 있을까요?

1989년 ‘죽은 시인의 사회’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작품입니다. 또, 해리슨 포드 주연의 1985년작 스릴러 드라마 ‘위트니스’(국내 1986년 개봉), 제라르 드파르디외, 앤디 맥도웰 주연의 1991년 개봉작 로맨틱 코미디 ‘그린 카드’도 우리나라에서 꽤 사랑받았습니다.

해리슨 포드, 헬렌 미렌, 그리고 리버 피닉스가 나왔던 1986년작 ‘모스키토 코스트’는 국내 개봉 당시에 크게 성공은 못 했지만, 챙겨볼 만한 영화입니다. 1981년 출간된 폴 테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해당 원작을 Apple TV+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해 시즌2까지 나왔습니다.

Q. 피터 위어 감독 영화들은 장르가 다 다르네요?

A. 예. 대개 영화감독은 한 장르에 특화되기 마련인데, 피터 위어 감독은 연출했던 13편 모두 다른 장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피터 위어 감독은 매번 새로운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한 거고, 그러면서 놀랍게도 대부분 아카데미 후보에 올려놨습니다.

장르는 각각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우선, 기독교 세계관입니다. 종교적이라는 건 아니고, 기독교 성경의 세계관에서 진행된다는 거죠.

둘째, 커뮤니케이션 관점입니다. 이번 ‘트루먼 쇼’에서 특히 두드러지죠.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인데...

Q. 커뮤니케이션 관점이 여기서 중요한가요? 어려워요. 영화 팬들이 알아두면 좋을 공통점은 어떤 걸까요?

A. 신문방송 전공자라면 1학기 필수 전공과목이고, D학점만 받아도 아는 이야기니까 넘어가죠.

셋째, 이게 영화팬에게는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야기 공간은 똑같은 게 특징입니다. 자신들만의 규칙이 확고한 어떤 장소에서 영화가 출발하죠. 거기에 외지인이 들어가면서부터 누군가는 기존 규칙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니까 피터 위어 감독의 영화는, 외지인이 들어오기 전까진 나름대로 잘 돌아가던 어떤 세상이 배경입니다. 영화 ‘트루먼 쇼’도 그렇죠. 여기서 그 규칙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바로 주인공 트루먼입니다.

이게 처음 말씀드렸던 기독교 세계관, 그래요, 세계관이라는 말도 어렵네요. 성경의 스토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구약으로 보면 출애굽기이고, 신약으로 보면 마태복음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종교적이라는 게 아닙니다. 스토리가 그러하다는 거죠.

게임으로 치면, 제작사가 만든 스토리 안에서 게이머의 자유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시면 더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트루먼 쇼
트루먼 쇼
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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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트루먼은 극 중 리얼리티 ‘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죠?

A. 한 섬에 사는 보험회사 직원 트루먼의 생활을 1만 909일, 30년째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전 세계 최고 시청률의 리얼리티 TV 쇼입니다.

그의 유행어는 이웃에게 건네는 아침 인사말인데 이런 식입니다.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하지만 최고의 TV쇼 주인공이라기엔 트루먼은 너무나 평범합니다. 이웃으로 보나, 친구로 보나, 남편으로 보나, 아들로 보나, 모난 것도 없지만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시청자들은 트루먼을 사랑하죠. 그건 트루먼이 일반적인 리얼리티 쇼 출연자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Q. 그 다른 점이라는 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트루먼이 평범하다는 거죠? 자신이 그 쇼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A. 자신이 TV에 출연한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그는 리얼하게 살고 있는 겁니다.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자기 삶을 실제로 그렇게 삽니다.

Q. 그게 말이 좀 안 되잖아요. 너무 비극적이잖아요?

A. 말이 안 되는 건 우리가 바깥에 있기 때문인 거죠. 트루먼에게는 그게 노멀한 겁니다. 그걸 요즘은 세계관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꼭 비극이냐, 아리스텔레스의 시학 2권에서는... 아닙니다. 여하튼 우리는 그런 설정을 허용하고 보는 거죠.

영화가 만든 사연인즉, 트루먼은 방송국이 세계 최초로 ‘입양’한 아이인데, 방송국은 그를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세트장에서 살게 하면서 그 모습을 찍고 있는 겁니다.

입양, 이 개념은 성당이나 교회 다니는 분들이 이해할 개념입니다. 종교가 다른 분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트루먼은 삼십 평생을 자기도 모르게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으로 산 거죠. 그러니까 방송국이 만든 ‘가짜 세상’이, 트루먼에게는 ‘트루 월드’인 겁니다.

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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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니까 트루먼을 제외하면, 거기 모든 사람이 연기자인 거죠?

A. 직장동료, 이웃, 친구, 그리고 내가 이 세상 마지막으로 사랑할 아내와 나를 이 세상 끝까지 사랑해 줄 부모까지도 대본대로, 그 규칙대로 연기하는 배우들입니다.

그들은 트루먼과 대화 도중 뜬금없는 말을 하는데, 가령, 친구는 “맥주가 이 정도는 돼야지.”라면서 맥주병을 바로 잡고, 아내는 “그 고물은 버려요. 새 제품이 나왔다고요.”라고 합니다.

그건 그들이 대본대로 PPL, 곧 간접광고를 연기하고 있는 거죠. 요즘 유행하는 ‘브랜디드 콘텐츠’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봐야 결국은 제가 말씀드렸던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관점에서는 다 같은 콘셉트입니다. 뭐라고 부르든 ‘트루먼 쇼’처럼 만들고 싶은 거죠.

Q. 트루먼이라는 이름이 의미심장하네요. True Man, 우리말로 하면 ‘진짜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A. 한국영화였다면 주인공 이름이 ‘참인’이 되겠죠? 가령, 성 부장하고 사람들이 부르면, 명함에 성참인 부장, 그렇게 나오겠죠.

그런데 의미심장한 건 그 이름 자체가 아닙니다. 그건 너무 노골적이니까요. 극 중 ‘대본’과 관계입니다. 그 쇼에서 대본대로 연기하지 않은 유일한 ‘진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루먼 한 명인 거죠. 반대로, ‘대본’에 ‘진짜 삶’이 영향을 받는 유일한 사람이 트루먼 한 명입니다.

Q. 그러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면서 트루먼이 의심하죠?

A. 갑자기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는가 하면, 비가 트루먼에게만 쏟아지기도 하고.라디오에서는 갑자기 트루먼이 어디로 가는지 중계방송이 나옵니다. 트루먼은 이 세상이, 이 삶이, 뭔가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확신하고 결심합니다. 평생 살았던 섬 밖으로 나가 ‘피지’로 떠나려고 합니다.

Q. ‘피지’로 떠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죠?

A. ‘피지’는 트루먼이 세상에 의문을 품게 된 그 시작, 그의 첫사랑인 ‘로렌’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피지냐, 이게 또 의미가 있긴 한데 넘어가죠.

로렌은 사실 트루먼 대학생 시즌에 등장한 엑스트라였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제가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만, 전방 천 미터에서 머리카락만 봐도 빠져들게 마련이죠. 트루먼 역시 그랬습니다. 저 멀리 앉아 있던 로렌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런데 로렌은 다른 연기자들과 달랐습니다. 트루먼에게 진실을 알려 주려고 하죠. 자신은 로렌이 아니라 ‘실비아’라면서 ‘진짜 이름’을 알려 주면서, 이 모든 건 TV 세트라고 말합니다.

Q 실제로 누가 그렇게 말하면 황당할 거예요. 거기다 그때 갑자기 로렌의 아빠가 등장하죠?

A. 그 아빠는 방송국에서 긴급 투입한 단역 배우였죠. 그는 로렌이 정신분열증이라면서 끌고 갑니다. 트루먼이 로렌에게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하자, 로렌 아빠는, 이별의 못을 박아버리죠. 자신들은 내일 피지로 떠난다면서 말이죠. 그렇게 로렌은, 아니 실비아는 쇼에서 해고된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방송국 의도대로 트루먼은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살았던 겁니다.

하지만 첫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잊힐 것 같으면, 우리가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대신 다른 이름을 붙였겠죠.

트루먼은 실비아가 방송국에서 해고되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로렌이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 “여기서 나와서 나를 찾아 와.” 그래서 ‘피지’는 트루먼에겐 찾아가야만 하는 곳이었죠.

방송국 사람들에겐 의미 없는 애드리브에 불과했지만, 트루먼에겐 첫사랑이 거기 있다는 믿음의 땅이었고, 첫사랑이 오라고 했던 소망의 땅이었으며, 첫사랑을 찾아 도착해야 할 사랑의 땅이었습니다.

Q. 방송국에서 트루먼을 계속 방해하죠?

비행기 표를 매진시키고, 버스를 고장 내고. 친구를 동원해 설득하고. 하지만 트루먼은 뭔가를 직감하고 몰래 숨어 결국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합니다.

섬에서 탈출한 트루먼은 종이 한 장을 꺼내죠. 그건 첫사랑 로렌의 사진. 정확히 말하면 그건 사진이 아니라, 트루먼이 패션잡지에서 모델 사진들을 찢어서 풀로 붙여 만든 로렌의 얼굴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왜 콜라주를 선택했까요? 정작 트루먼 쇼의 포스터는 모자이크입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것처럼 콜라주와 모자이크는 다른데....

Q. 그냥 이유만 설명해주세요. 그 이유도 감독에게 물어본 건 아니시잖아요? 그리고 포스터는 감독이 만든 것도 아닐 것이고.

아니요. 제가 직접 물어보고 답을 들은 건데, 하긴 이젠 증거가 없네요. 제 해석을 전제로 하죠. 그 잠깐 봤던 로렌을 기억해서, 잊지 않으려고 만들었고, 탈출하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여러 성질의 다른 조각들은 하나가 되어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거죠. 이건 영화 소비의 기본 개념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그를 움직입니다. 사랑이 트루먼에게 기계적인 운명론을 받아들이지 않게 만듭니다. 여기까지인가 봐, 원래 이 세상이 그래, 내가 다 그렇지, 혹은 뭐 이대로도 괜찮지, 나 괜찮게 살고 있잖아? 그런 식으로 포기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는 그 평범한 사고를 거부합니다. 밖으로 나갑니다.

Q. 방송국이 트루먼을 막기 위해 인공 폭풍우까지 만들죠? 이러니 “방송국 놈들”이라고 하죠.

A. 방송국 놈들이라는 표현에 관해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자기 일을 할 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지금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Q. 커뮤니케이션 이론 말고 영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예. 트루먼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자기를 막을 거라면 차라리 죽이라고 외치며 배에 몸을 묶습니다. 그러자 폭풍우는 더 거칠어지고. 트루먼은 물에 빠져 정신을 잃고 맙니다.

그제야 인공 폭풍우가 멈추고, 다시 정신을 차린 트루먼은 계속 갑니다. 그리고 쿵! 세상 끝에 도착한 겁니다. 그걸 두 글자로 하면 뭘까요?

하늘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세트장 벽이었죠. 트루먼은 협착한 길을 걸어가다 계단과 좁은 문을 발견합니다. 세트장 밖으로 나가는 비상문이었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그 문을 엽니다. 그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Q. ‘트루먼 쇼’를 연출한 방송국 PD가 트루먼에게 직접 말을 건넨 거죠?

PD는 모든 걸 털어놓습니다. 이건 TV 쇼라고 말이죠. 그러면서도 바깥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뿐이지만, 자신이 만든 여기는 두려워할 게 없다고 합니다. 지금 너는 두렵고 그게 네가 떠날 수 없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 장면, 기독교인들은 알 겁니다. 광야, 그 장면입니다.

트루먼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뒤돌아서 웃으며 말합니다.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그렇게 자신만의 인사를 하고,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TV 트루먼 쇼는 막을 내리죠.

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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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분들에게 ‘트루먼 쇼’를 추천하시나요?

A. 세트장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찾아” 들어가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 길의 끝에” 행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래서 오늘 곡은 ‘트루먼 쇼’의 OST 대신 한국 영화 ‘세상 밖으로’의 OST로 준비했습니다. 가사가 트루먼이 “둘러싼 벽을” 떠날 때 그 심정과 닮았습니다.

Q. 오늘 방송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A. “못 볼지도 아니까 미리 하죠, 굿 나잇, 굿 모닝, 굿 애프터눈.”

영화, 재밌게 보세요. 고맙습니다.

Q. 감사합니다. 

ER 이코노믹리뷰가 이번 주 신제품 기사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신제품 TOP7을 모았습니다. 풀무원의 ‘반듯한식 수제식감 한식반찬’, 강아지 화식 브랜드 듀먼의 ‘듀먼 케어플러스’ 3종, 이디야커피의 ‘시그니처 커피’ 2종, 오뚜기의 ‘칼제비’ 2종, LG생활건강의 ‘아우라 퍼퓸캡슐 섬유유연제’, 하림 ‘더미식 고기슈마이’, 뚜레쥬르의 ‘잔망루피’ 컬래보 케이크 입니다.

오늘 영화는 ‘트루먼 쇼’, 음악은 한국영화 ‘세상 밖으로’의 OST였던 김종서의 ‘세상 밖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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