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상품 물량공세로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의 근간도 흔들리는 가운데, 기계적인 대응을 넘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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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관세 고려"
중남미 주요국이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에 잇달아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관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당장 멕시코 연방관보(DOF) 온라인 사이트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부는 7일 중국산 SBS(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 고무 수입에 대한 행정 반덤핑 조사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조사 신청인은 미국 접경 타마울리파스주(州)에 공장을 둔 '다이나솔'이며 다이나솔은  중국 SBS 업계가 멕시코 시장 수요의 35배에 달하는 연간 91만7000톤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수출 가용 용량이 커서, 멕시코 업체들이 명백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멕시코 경제부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4월까지 타이어 및 기타 고무 제품 수입·생산·제조업체 84곳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멕시코 경제부는 2025년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입 철강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지난해 기습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브라질도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이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이 6.5% 감소하는 등 업계 타격이 커지자 관세율 인상에 나섰다. 콜롬비아도 관세 인상을 시사하고 있으며 칠레는 이미 지난 4월 대중국 철강 관세를 올렸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에 대항하기 위해 적극전법을 취하는 셈이다.

중국과 전통적으로 가까운 남미국가들이 중국의 인해전술에 칼을 빼든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도 더욱 단호한 태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월 미 대선을 기점으로 미국의 중국 압박이 더욱 강해지며 관세전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해상풍력시설. 사진=연합뉴스
해상풍력시설. 사진=연합뉴스

한국도 대비해야
한국 경제도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상당부분 올라온 상태에서 인해전술에도 당하면 '답'이 없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력 및 품질경쟁력 차이를 묻는 대한상의의 질문에 대해 ‘계속 우위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6.2%에 그쳤고, ‘우위에 있으나 기술격차가 축소됐다’는 응답이 47.3%로 2배 가까이 많았다. ‘비슷한 수준까지 추격당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22.5%로 적지 않았고, 이미 ‘중국기업에 추월당했다’(3.0%)는 응답도 있었다.

실질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정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올해 10월로 예정된 해상풍력발전 경쟁 입찰부터 안보와 국내 공급망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를 중점 평가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해상풍력 입찰 평가에서 비가격 지표를 1차 평가한 뒤 가격 경쟁을 추가하는 ‘2단계 평가 체계’를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비가격 지표에는 △안보 영향 △국내 공급망 기여 △국내 공기업 참여 △적기 준공 및 유지보수 능력 등의 사항을 모두 반영한다. 해상풍력 입찰 2차 평가에 반영하는 가격 지표 비중을 낮추고 대신 산업경제 효과(안보·공공 등 반영) 비중을 올려 '중국의 싹쓸이'에 대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이러한 견제를 넘어 국내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세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정책으로 ‘국내산업 보호조치 강구’(3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세계적으로 자국 산업의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도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보인다. 이어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25.1%), ‘신규시장 개척 지원’(15.9%), ‘무역금융 지원 확대’(12.5%), ‘FTA 활용 지원’(6.3%)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