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21일 밝혔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달 22일 열린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1971년생인 김 후보자는 최연소 금융위원장이 된다.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장인 제4대 신제윤 위원장의 취임 당시 나이는  만 55세였다.

4·10 총선 후 첫 장관급 교체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각종 신상 의혹 제기보다는 정책 질의와 답변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정책 질의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관리 엇박자 문제 및 이와 관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의 적절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구조 개선 및 제2금융권 연체율 관리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금산분리 규제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고도화 방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및 증권사들의 채권 돌려막기 등의 금융 사건과 관련한 금융소비자 보호 ▲공매도 제도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완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SR 제도 내실화해 건전한 대출 관행 안착시켜야"

김 후보자는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질문에 "DSR 제도를 내실화함으로써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리는' 대출 관행을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금융위는 이같은 DSR 규제에 전세대출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수요자 피해 등을 우려해 유주택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 분에 대해서만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 등이 유력하다.

김 후보자도 금융당국과 마찬가지로 "규제 확대가 소비자들에게 급격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주택담보대출의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DSR과 함께 대표적인 대출 규제로 꼽히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한 질의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정부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LTV를 50%로 일원화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LTV 규제 강화는 가계부채·주택시장 추이,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당장 LTV 규제 강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2개월 연기 결정한 것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와 상충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 DSR은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 부동산 PF 연착륙 과정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미세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은행보다 작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대출 한도는 적용 금리와 만기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부의 경우 2금융권의 대출 한도가 은행보다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이는 상호금융업·여신전문업·저축은행업권은 은행권과 달리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적용되는 금리 수준 정도 높은 것에 기인한 현상"이라며 DSR 수준을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대출 등 정책대출로 인해 집값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유례없는 고금리 상황속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 안정 지원 및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성 대출을 지원해나가는 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 중 무엇을 더 우선시하느냐는 질의에는 "둘 다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만큼 정책의 우선순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다양한 정책 목표 간 조화 속에서 우선순위를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횡재세 도입 시장 원리 맞지 않아"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서 "특정 기업의 이익은 경기 여건 등에 따라 변동하는 만큼 이전 대비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를 초과이익으로 과세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는 김 후보자는 거듭 폐지 입장을 강조하면서,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투자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자금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지난 수년간 부동산 과열기에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급격히 증가해 과도하게 걷힌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들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과열기 이전의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장해온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후보자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오히려 원활한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 후보자는 상속세 완화와 관련해 "상속세 개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비 높은 상속세 하에서 낡고 오래된 세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춰가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LS 등 판매대상 제한, 소비자 선택권 고려해야"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ELS 등 고위험 상품의 판매 대상을 제한하는 문제는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판매 대상의 제한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편입한 신탁,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해 왔다"며 "현재와 같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은행 판매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그간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실제 판매규제를 형식적으로만 준수하고 현장 판매 관행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판매 가능 금융상품의 범위·방식, 판매 관행, 내부통제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확립 방안과 함께 다양한 전문가 의견, 해외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불완전 판매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완전 판매 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손해배상 한도를 '손해'로 제한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는 소비자별 금융거래 세부 경위에 따라 법률·사실관계 쟁점이 달라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 등 은행권 횡령의 재발을 방지와 관련해서는 김 후보자는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근본적으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못한 측면에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횡령에 대한 금융관련 법령상 제재 수준의 적정성, 내부통제 장치 등이 적절하게 작동하기 위한 여건 등을 점검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사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3 일부터 시행됐다"며 "금융권과 함께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이 적절한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지 않아 고객들의 대규모 투자금 환매 요청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가 만기 미스매치 투자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등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투업 규정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의 역할과 책임 문제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금감원장과 수시로 소통...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강화해야"

그는 금감원장과 관계 정립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총괄하며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도록 양 기관 간 업무를 조율하고 금감원장과 현안에 대해 수시로 소통하면서 협업해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연임 제한을 위한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어 "법적인 제한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선임·연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여성임원할당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성 임원이 더욱 많이 선임될 필요가 있지만, 효율적인 인력 활용과 역차별 문제 등 부작용 가능성을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권의 전관예우 관행,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는 만큼 앞으로 적재적소에 우수한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앞서 제도개선 방안에서 발표했듯 불법 공매도에 대해 벌금을 상향하고 계좌 지급정지, 일정기간(최장 10년) 금융투자상품거래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