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에서 목공소와 예술가가 협업한 ‘나무의 시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협업은 미술관 최초로 시도되는 목공소와 현대 예술의 결합이다.

강원도 홍천군의 내촌목공소와 다양한 매체로 동서양 예술을 융합해 작업하는 남희조 작가, 서예와 현대 미술을 접목한 허회태 작가의 만남으로, 이들 모두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친환경적 지속가능을 뜻하는 ‘그린 무브먼트(Green Movement)’의 핵심 가치를 담은 작업을 해왔다. 

내촌목공소, ‘모동정(慕東亭)’, 2023. 사진제공= 내촌목공소
내촌목공소, ‘모동정(慕東亭)’, 2023. 사진제공= 내촌목공소
내촌목공소, ‘Pagoda’, 2019.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내촌목공소, ‘Pagoda’, 2019.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내촌목공소,‘Element #3’, 2012.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내촌목공소,‘Element #3’, 2012.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내촌목공소는 강원도의 외진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 시대 목공작업과 목조건축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곳이다.

내촌목공소의 작업에 대해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이렇게 힘 있는 작품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DDP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내촌 원목 가구를 보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고 전해진다.

내촌목공소는 최근 강원도산 활엽수를 활용하며 지역성과 탄소 중립(지속 가능한 삶)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의 대표작 스위스 산골 집 ‘구가룬 하우스(Gugaloon House)’를 내촌목공소가 재현해 눈길을 끈다.

또한 아일랜드 유명 건축가 듀오인 이본 패럴과 셸리 맥너마라가 설립한 그래프턴 아키텍츠(Grafton Architects)의 신작도 재현되어 함께 공개되고 있다.

 

남희조, ‘Canyon Dream’, 2011.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Canyon Dream’, 2011.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Journey 18’, 2023.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Journey 18’, 2023.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The Big Dipper 4’, 2017.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The Big Dipper 4’, 2017.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남희조 작가는 뉴욕 프랫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깊은 철학적 울림을 주는 예술가다. 2015년 동양인 여성 최초로 그리스 고고학박물관, 도노폴로스 미술관, 아테네 현대미술관, 크레타 현대미술관 4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열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에 단독 초청되는 등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남희조의 작품은 면과 마, 광목과 같은 직물과 삶의 여정을 연결 지어 승화시킨 작업인 ‘Journey’로 대표되며 생명의 순환과 시간의 무한성, 삶의 여정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은 그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허회태, ‘心血’, 2022.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心血’, 2022.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내 마음 살피는 곳’, 2024.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내 마음 살피는 곳’, 2024.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允’, 2023.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允’, 2023.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헤아림의 꽃길 3’, 2020.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헤아림의 꽃길 3’, 2020.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허회태 작가는 서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예술적 자유를 탐구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상적인 서예로 표현하는 작가다. 전통 서예의 정신과 조형성을 현대 미술과 융합·접목한 새로운 예술 장르 ‘이모그래피(emography)’를 창시한 인물로, 이모그래피는 감성(emotion)과 캘리그래피(Caligrahpy)의 합성어다.

제프 쿤스를 평론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예술평론가 타티아나 로센슈타인(Tatiana Rosenstein)은 허회태의 작품에 대해 ‘정제된 형태의 아름다움’, ‘수공예 보석’, ‘절대적인 조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예술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현대성을 더한 깊이있는 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어 기대감을 더한다. 

이번 3명의 협업을 통해 한국이 가진 아름다움,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힘, 그리고 예술의 위대함의 접점에서 관람객에게 환경 문제,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경영, 탄소배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글이 있는 전시’를 표방하며 오디오 가이드 없이 진행된다. 전시는 9월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