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ICR센터가 주최한 '유럽 DMA 시행 초기성과의 평가와 각국 대응상황' 세미나가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열린 가운데, DMA를 통해 한국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의 비전을 살피는 한편 한국만의 유연한 플랫폼법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경쟁관련 법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트렌드를 탔으며, 이를 통해 독과점을 걷어내어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연장선에서 논란이 심한 사전지정에 대해서는 소위 독일식 전략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반칙행위, 엄단해야"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플랫폼법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플랫폼은 현재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큰 덩치를 통해 반칙행위에 나서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한편, 플랫폼 시장의 동력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유럽연합이나 독일, 일본, 인도의 경쟁당국에서 기존의 법안을 보강해 경쟁제한 법안을 준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각 국의 경쟁제한 법안이 나오자 구글과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인앱결제 방침을 바꾸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도 4월 스마트폰 경쟁 촉진법을 통해 빅테크의 독과점을 막으려는 시도에 나서는 중"이라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법 제정을 전격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서의 반칙행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 효과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 플랫폼들의 반칙행위를 차단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스타트업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반발은 상당했다. 플랫폼법이 통과될 경우 국내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법인 플랫폼법이 한국 플랫폼만 규제하고 외국 플랫폼에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디지털경제연합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해외 플랫폼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경쟁 상태"라며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충돌이 지속된 가운데 플랫폼법은 21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다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5월 16일 법안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조 부위원장은 나아가 "플랫폼에 대한 경쟁제한 법안은 이렇듯 한국 공정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나라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플랫폼과 역동성과 창의성은 존중하지만 독과점을 통한 논란은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이어 "민간 협의체 중심의 자율규제, 독과점 남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내 플랫폼 경쟁력을 회복하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법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다면서 각계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디지털 생태계 더 풍성해질 것...사전지정 보완도 중요"
유럽 DMA가 가동되는 한편 한국서도 플랫폼법 제정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한국만의 시장 상황을 모색, 특화 전략을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요섭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법은 사전지정제에 대한 논의가 핵심 중 하나"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지정제 및 사전규제는 플랫폼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에 맞는 규제 전략이 있다"면서 "K 형식의 디지털 법안 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많은 편"이라며 사실상 공정위 플랫폼법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큰 틀에서는 플랫폼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DMA 추이를 잘 살피며 한국만의 유연한 대응이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를 키울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조혜신 한동대학교 교수는 DMA 제정 배경을 두고 "유럽에서는 기존의 경쟁법이 게이트키퍼 플랫폼 사업자를 적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컸다"면서 "법 위반이 있어도 최종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으며 그 외 다양한 판단체계의 한계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혜신 교수는 나아가 "DMA는 기존 경쟁법과 별개의 독립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경쟁가능성과 공정성을 통해 왜곡되지 않는 경쟁의 보호라는 개념을 보완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플랫폼법의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한 사전규제에 대해 DMA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로 나눌 수 없으며 플랫폼이 부과되는 의무가 확정되는 방식과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밝혔다.
DMA 도입의 성과에 대해서는 "도입 초기라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DMA이 등장하며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부과되는 전 법 시행의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라 말했다.
조 교수는 "DMA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형식의 모색"이라며 "DMA를 두고 사업상 정당화 혹은 효율성 항변을 제기할 수 없고 소비자 후생 저해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은 나오지만 DMA의 명확한 법 취지를 따져보는 한편 보는 시각에 따라 소비자 후생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DMA와 같은 새로운 방식은 충분히 합의되고 도출될 수 있는 방식"이라며 "한국에서의 DMA와 같은 규율방식 수용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초국가적 조약인 유럽연합의 DMA에 비해 한국의 플랫폼법이 국내법 내부에서 더 명확하게 수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DMA가 도입되어 경제 전반의 혁신과 투자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기회에 대한 보장이 균형을 만들어 줄 것이라 말했다. 플랫폼법이 가동되면 시장 전반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오히려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플랫폼법이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고, 그 여파로 군소 플랫폼의 활성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리스크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이 플랫폼법의 타격을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으며 "디지털 시장 인수합병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방식의 규제가 필요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김 연구위원은 "DMA가 발효된 지역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비용은 현저히 낮고, 그렇지 않으면 높다"면서 "DMA는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독과점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내는 중"이라 말했다. DMA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기민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독과점 파괴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나아가 플랫폼법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사전지정에 대해서는 유연함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사후적으로만 규제하고 있다. 그렇기에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며, 공정위는 이 지점에서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규제함으로써 문제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사전지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플랫폼이 사건을 발생시켜 문제가 확실할 경우 사전지정 대상자로 삼는 것도 좋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일률적인 사전지정이 아닌, 일종의 유연함을 키우자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나아가 "최근 일본은 스마트폰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에서 경쟁제한에 나서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독점이 강할 수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에만 규제를 시도하는 것이며, 한국 플랫폼의 사전지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종의 독일식 방법론이다.
다만 윤경수 가천대학교 교수는 DMA의 목표 등에 대해 호흡조절이 필요하며, 특히 디지털 에코 등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규제의 실질적 내용과 효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길 따르지 말아야...생태계 번영이 '핵심'
현장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의 경우 '사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실제로 케롱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 기준은 '사용자들의 사용 시간'이다. 케롱 교수는 "기존 산업은 서플라이 체인이라면, 디지털 산업은 여러 서비스가 존재하는 플랫폼이 핵심"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을 따지려면 그 서비스들을 사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한국 GDP의 20%를 차지하지만 카카오톡의 카카오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용 시간을 디지털 독과점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플랫폼의 바로미터가 되어주고 있는 DMA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함께 입체적인 로드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롱 교수는 우선 DMA가 탄생한 유럽 상황을 설명하며 "유럽의 경우 자체적인 빅테크 플랫폼이 거의 없기에 GDPR 및 데이터 거버넌스 법 등을 통해 데이터를 지키려 한다"면서 "유럽연합은 역내 진입한 미국 실리콘밸리 플랫폼과 불편한 상황이며, 여기서 DMA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DMA 후폭풍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사 우대 금지 및 외부 비즈니스 링크 무조건 허용 등이 DMA의 핵심"이라며 그 여파를 분석한 결과 "아직 초기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빅테크 플랫폼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DMA가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DMA 등 규제안들이 빅테크를 압박한다는 단서도 있다. 그는 각 국의 플랫폼 압박 사례를 설명하면서 "최근 각 국은 자유주의적 규제가 강했으나 이제는 보호주의적 규제가 강해지는 중"이라며 "중국에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형 플랫폼의 힘이 많이 떨어진 상태며, 전체 기업인들의 숫자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작은 기업도 어느정도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에 실패한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알렌 그루누스 브라운스틴 로펌 변호사는 실제로 "미국은 한때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나서려 노력했으나 빅테크들의 로비 등으로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면서 "거대 빅테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며 이제 다양한 플랫폼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법안을 제정할 때, 특정 진영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퍼진 바 있다"면서 "빅테크들은 엄청난 로비자금을 풀어 관련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빅테크들이 잠재적 군소 플랫폼을 인수해 초기 경쟁자를 제거하는 등의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성공적인 디지털 빅테크 플랫폼을 공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반독점이 경제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 말했다.
한편 순야 하야시 나고야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논했으며, 박설민 공정거래위원장 과장은 플랫폼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정위의 입체적 노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