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출시하자마자 가입했어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이 나온 지 3일째인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일반 청약통장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창구 직원은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보다 가입 요건이 완화돼 본인도 가입할 수 있었다며 “자격이 된다면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통장”이라고 전했다.

23일 오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전환 가입을 위해 서울 중구의 한 NH농협은행 지점을 찾았다. 사진=강예슬 기자
23일 오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전환 가입을 위해 서울 중구의 한 NH농협은행 지점을 찾았다. 사진=강예슬 기자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은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의 가입 대상과 혜택을 늘린 상품이다. 만 19~34세 이하인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회당 월 1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고, 청년도약계좌나 청년희망적금의 만기 수령액을 일시 납부하는 것도 허용한다. 최고 연 4.5% 금리를 적용하고, 납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 연 3600만원, 종합소득 연 2600만원 이하인 경우 이자소득 500만원까지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가입하려면 연 소득이 3600만원 이하여야 했다. 본인이 무주택자라도 집이 있는 부모와 같이 살거나 가구원이면 가입할 수 없었다. 복무 중인 현역 장병도 가입이 제한됐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출시되면서 더 많은 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전체 청년 10명 중 7명은 새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매년 예상 가입자는 약 32만2000명이다.

일반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에는 가입할 수 없었던 기자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만들 수 있다.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 가입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자동 전환되지만, 일반 청약통장 보유자인 기자는 은행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전환 시 필요한 서류를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대면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며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면 올해 하반기쯤에는 모바일 등 비대면 전환 신청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환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일반 청약통장 가입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환 가입할 수 있다. 출처=우리원(WON)뱅킹 앱 화면 캡처
우리은행의 일반 청약통장 가입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환 가입할 수 있다. 출처=우리원(WON)뱅킹 앱 화면 캡처

은행 방문 전, 일반 청약통장을 개설한 NH농협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전환 시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았다. 전환가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분증과 국세청 홈택스 등에서 발급받은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 신청용’ 소득증명서를 챙겨야 한다.

비과세 혜택까지 신청하고 싶다면 주민등록등본도 필요하다. 비과세 대상자는 무주택가구의 세대주로 근로소득 연 3600만원, 종합소득 연 2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비과세 대상은 바로 확정되지 않고, 국세청에서 판단 후 적격자에게만 비과세가 적용된다. 비과세 자격은 가입 시점에 충족해야 하며, 가입 후에는 자격을 갖추더라도 신청이 불가능하다. 가입 당시 조건은 충족했으나 서류 미비 등으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 가입일(전환 신규일)로부터 2년 안(저축 해지 전)에 신청하면 된다.

비과세 대상이 아닌 기자는 소득증명서만 발급받아 농협은행의 한 지점에 방문했다. 새 청약통장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기존 통장을 해지한 뒤 가입해야 한다. 청약통장에 적용되는 우대금리가 달라서다. 기존 통장의 납부 기간 쌓인 이자는 해지 후 돌려준다. 원금은 가입 기간과 납입 금액, 횟수가 그대로 인정된 채 새로운 통장으로 이전된다.

 

NH농협은행의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전환신규 시 유의사항이 담긴 안내문. 사진=강예슬 기자
NH농협은행의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전환신규 시 유의사항이 담긴 안내문. 사진=강예슬 기자

 

“12회 미납하셨네요. 일시 납입하시겠어요?”

기존 청약통장을 해지하기 전 납입 정보를 조회해 보니 12번이 미납됐다. 은행의 안내에 따르면 전환일을 기준으로 미납 중인 회차는 소멸한다. 민영주택 청약 시에는 납입 횟수와 관계없이 청약통장의 가입 기간과 지역별 예치금 기준만 만족하면 되지만, 국민주택 청약 시에는 납입회차가 중요하다. 미납회차로 청약 순위가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전환 전 미납 횟수를 확인하고 납부하면 좋다. 기자도 미납회차를 채우기 위해 입출금통장을 개설하고, 최소 납부 금액 월 2만원씩 총 12회분인 24만원을 넣었다.

몇 차례 서류에 서명하고 본인인증을 거친 결과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통장을 전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미납회차 납입을 위해 통장을 새로 만들고 입금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났을 듯하다.

전환 가입을 도와준 은행원은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출시된 후 신규‧전환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혜택이 좋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3일 기자가 일반 청약통장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전환한 후 새 통장을 발급받았다. 사진=강예슬 기자
23일 기자가 일반 청약통장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전환한 후 새 통장을 발급받았다. 사진=강예슬 기자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의 신규 가입 건수는 1000여건, 전환 가입 건수는 5000여건이 넘는다. 같은 기간 약 4000건인 일반 청약통장의 신규 가입 계좌 수를 훌쩍 넘겼다.

가입 기간 2년을 넘으면 연 1.7%의 우대이율을 더해 연 4.5%까지인 높은 금리도 매력적이지만, 청약 당첨 시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다. 가입 후 1년이 지났고, 1000만원 이상 납입 실적이 있는 사람이 통장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 대금의 최대 80%까지 최저 연 2.2% 금리로 대출해 준다.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한정된다는 점이 아쉽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대부분 6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권 청약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사전청약으로 나온 서울대방A1블록 공공분양 일반형 전용 59㎡의 추정 분양가는 7억772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