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매화 사진과 함께 온 짧은 글입니다.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려온다. 인생도 그러하다 ’ 어느 시인의 햇님과 바람의 옷 벗기기 게임 같은 재미난 표현도 보았습니다.
‘(전략) 정월대보름 지나면 시베리아 호랑이 동장군보다 강남에서 날아온 봄 제비가 힘이 세다. 동장군은 겨우 게으른 아이 따듯한 아랫목을 파고들게 만들지만 봄 제비는 동네 가시네들 고샅으로 밤마실 쏘다니게 만드니 봄 제비가 힘이 더 세다’
이렇게들 봄을 기다리는데 실제로 봄이 온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천변을 산책하는데 천변에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들에서 설핏 녹색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하나씩은 잿빛인데 가지들이 모여서는 녹색 빛이 돌았습니다. 또 뒷동산의 햇빛이 비치는 둔덕을 보니 잿빛 덤불 속에 초록 잎이 듬성듬성 보입니다. 땅속의 아우성이겠지요. 원래 이 시기 나무들에 물오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숲을 걸으면서는 소음이나 청력의 한계로 들을 수 없다고 해도 말이죠. 작년 산림욕장에서 4월 초에 단풍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물이 올라가는 소리를 처음 들으며 느꼈던 묘한 감동이 기억됩니다.
봄이 오고, 봄이 펼쳐질 들판이나 산야를 보면 일종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동남아시아 도시에서 횡단 보도에 서 있는 오토바이 행렬을 볼 때 그것들의 무리가 신호가 바뀌면 앞으로 튀어 나가기를 기다리는 순간 같습니다. 아직 무채색인 천변이나 뒷동산의 언덕 등을 보면 다양한 풀꽃들이 막 피어날 준비를 하는데, 그들보다 큰 키 작은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 꽃을 피워야 합니다. 햇빛 구경을 해서 한해 농사를 지으려고 말이죠. 마찬가지로 작은 나무들도 필사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또한 키 큰 나무들에 가려 햇빛을 못 보면 안 되기에 큰 나무들이 쓰윽 크기 전에 꽃을 피우려 재빨리 준비를 할 터입니다.
일부 키 큰 나무들 또한 더 큰 나무들에 해가 가려지면 생존이 위태로우니 해를 향해 가지를 변칙적으로 뻗는 모습을 보임같이 절실한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매화-산수유-목련-개나리-진달래-벗꽃-철죽 ... 우리가 봄이 되면서 보게 될 봄꽃들이 피는 순서입니다. 이들 봄꽃들도 정신없이 또 때로는 순서 없이 핀다고 하는데 그 또한 그들의 생존 의지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봄에 펼쳐지는 풀꽃부터 시작해 모든 나무들은 언제 잎을 내고 꽃을 피워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피운다고 하지요. 핵심 기준은 우리가 알듯이 온도와 빛, 그러니까 낮의 길이라 합니다. 이 기준은 변화가 적어야 하는데 날씨는 변덕이 심한 반면에 햇빛에 좌우되는 낮의 길이는 변화가 작으니 여기에 온 신경을 쓰면서 봄을 맞고 있습니다.

봄을 앞두고 산야에 펼쳐진 초목들의 긴장감이 느껴지고 이해가 되는지요? 그들로서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몸부림입니다. 이들 풀과 나무들이 지구온난화로 기후 변화폭이 큰 이 세상이라는 지뢰밭을 몸부림과 애씀으로 잘 넘어가 봄날에 화려한 꽃을 피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