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게임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IP를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편적인 굿즈 뿐만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IP를 활용하는 중이다. 특히 기계적인 IP 확장이 아니라 '비즈니스 확장', '신성장 모델 창출', '글로벌 진출' 등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게임업계의 보릿고개가 여전한 가운데 IP를 통한 활로 찾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3N, IP 활용에 부쩍 진심인 이유
넥슨은 IP 활용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곳이다. 특히 인기 IP인 던전앤파이터(던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넥슨은 던파IP를 활용한 웹소설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를 연재한다고 밝혔다.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는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와 협업하고 인기 웹소설 ‘마탄의 사수’ 작가인 이수백 씨가 집필을 맡았다.
웹소설은 주인공이 던파 게임 속 ‘아라드’ 세계를 모험한다는 설정으로 던파의 주요 퀘스트를 수행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작가는 던파의 세계관, 시나리오, 퀘스트 등 게임 전반을 연구해 이용자들의 공감과 추억을 상기시킬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넥슨은 이 소재를 상반기 내에 웹툰에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신작에도 던파 세계관을 활용했다. ‘퍼스트 버서카: 카잔’은 던파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한 하드코어 액션 RPG로, 3D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를 지닌 싱글 패키지 게임이다. 윤명진 카잔 총괄 디렉터는 “던전앤파이터만의 도전적인 플레이와 성장, 그리고 강렬한 액션 쾌감을 싱글플레이 환경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전투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지난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 '몬스터하우스'를 운영했다. 메이플스토리 굿즈 판매는 물론 메이플스토리 IP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과 소품으로 꾸며졌으며, 주말 사전예약이 1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더해 재즈콘서트 ‘재즈온 메이플스토리’, ‘블루아카이브’ 팝업스토어 등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넥슨은 기존IP 활용을 위해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게임 ‘블루 아카이브’ 세계관을 활용한 2차 창작 웹소설과 웹툰을 대상으로,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공모작 연재 기회를 준다. 공모전을 통해 기존 넥슨 IP 활용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넥슨 관계자는 “블루 아카이브는 2차 창작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공식 세계관과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독창적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엔씨)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 ‘버프툰’ 웹툰과 숏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을 발표했으며, 현재 정식 연재를 절차를 밟고 있다. 심사는 ‘참신성’, ‘대중성’, ‘캐릭터 매력도’, ‘완성도’, ‘IP 확장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진행했다. IP 확장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엔씨는 이때 상을 받은 5개의 웹툰 부문은 버프툰에 정식 연재되며 6개의 숏콘텐츠 부문 수상작은 엔씨가 제공하는 서비스 등에서 웹툰화, 영상화 등 다양한 IP 확장 기회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찬사 퍼펙트스톰필름을 통한 영상화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씨는 OST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엔씨는 지난해 아이온 OST 앨범 ‘아이온-영원의 권’과 리니지W OST 앨범 ‘피로 쓰여진 세계’를 발매했다. ‘아이온-영원의 권’은 아이온 클래스의 신규 클래스 ‘권성’의 전용 테마 음악이며, ‘피로 쓰여진 세계’는 신규 클래스 ‘총사’의 전용 테마곡 및 게임 속 테마 음악을 담았다.
엔씨도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자사IP인 ‘도구리’ 팝업스토어를 열면서다. ‘도구리 오피스: 막내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2주간 총 5만명의 팬이 현장을 방문했다. 팝업스토어에는 포토존, 일러스트, 럭키드로우 등 다양한 이벤트뿐만 아니라 신규 굿즈 15종을 선보였다. 자사IP 홍보와 활용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게임 중 매출의 56.6%에 달하는 10종의 게임에서 넷마블 자체 IP가 아닌 게임이 5종이다. 이와 관련해 넷마블은 그동안 외부 IP를 서비스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부 IP를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2023년 하반기에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그랜드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이 시작점이다. 넷마블은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자체 IP인 세븐나이츠를 리메이크해 되살린 사례이며, 그랜드크로스IP는 올해 출시작 외 후속 게임, 웹툰·웹소설 등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웹소설 제작에 손을 뻗었다. 넷마블의 ‘RF 온라인’ IP를 바탕으로 연재 중인 웹소설 ‘배드 본 블러드’는 9.4의 높은 별점을 유지하며 월간 판타지 장르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넷마블은 "배드 본 블러드는 지난 지스타2023에서 공개한 ‘RF 온라인 넥스트’ 출시에 앞서 ‘RF 온라인’ 세계관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넷마블은 대표IP ‘쿵야’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지난해 11월 열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는 ‘쿵야 레스토랑즈 소원상점’라는 주제로 오픈되어, 10일간 총 8만 여명의 사람이 방문했다. 팝업에는 굿즈를 통한 IP 활용에 집중했고 실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신규 굿즈 총 100여 종을 공개했고, 운영기간 4만 여개의 상품이 판매됐으며 키링, 스노우메이커 등 일부 품목은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게임업계, IP 활용 통한 성장
3N이 최근 적극적으로 IP 활용에 나서는 이유는 '위기돌파' 를 위해서다. 넥슨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지난해 실망스러운 실적을 거둔 가운데 이들은 IP 활용을 통한 ▲비즈니스 다각화 ▲신성장 모델 창출 ▲글로벌 진출 등을 노리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는 ‘도구리’, 넷마블은 ‘쿵야’의 IP를 활용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관련 굿즈도 판매하며 비즈니스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3N은 공통적으로 보편화된 굿즈를 넘어서 웹툰, 웹소설,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캐릭터를 통해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공략에 열을 올렸다.
이러한 비즈니스 다각화는 신성장 모델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IP를 활용해 만든 웹툰이 드라마가 되는 등 2차 IP가 3차, 4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포켓몬스터’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은 웹툰뿐만 아니라 영화화 작업까지 이뤄지며 IP재활용을 통해 신성장 모델을 창출한 바 있다.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IP가 재활용되며 IP의 존재감이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신성장 모델이 구축되는 것이다.
게임 IP가 잘 활용된다면 글로벌 진출도 용이하다. 넥슨은 자체 인기 IP 등을 통해 해외 시장 전체에서는 두 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신규 IP ‘데이브 더 다이버’가 호평을 받은 북미, 유럽 지역 매출은 2022년 3분기 대비 2023년 3분기 78% 증가했다. 이를 통해 IP 활용이 글로벌 진출로 이어짐을 입증했다.
엔씨의 이번 쓰론앤리버티(TL)는 글로벌 진출을 겨냥했다. 출시 전부터 엔씨는 TL을 통해 기존 리니지를 넘어서는 IP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였으며 북미, 유럽 시장의 주요 플랫폼인 ‘콘솔’을 적용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신작 라인업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업계는 엔씨가 여러 신작IP와 함께 포트폴리오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은 다양화된 IP로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MMO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아스달연대기’, ‘일곱개의대죄: 오리진’ 등이 포진해 있다. 업계는 이중 ‘일곱개의대죄: 오리진’은 글로벌 흥행작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 후속작으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IP 활용 전략 펼쳐
적극적 IP 활용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은 게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IP 활용을 위한 움직임은 웹툰과 웹소설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예시로 웹툰과 웹소설의 게임화, 드라마화 등이 있다. 콘텐츠 전반에서 IP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는 셈이다.
글로벌 인기웹툰의 IP를 게임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넷마블이 선보인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비롯해 라인스튜디오와 스튜디오리코의 '라이브 퍼즐 배틀: 여신강림' 및 '고수: 절대지존' 등 네이버웹툰 기반 게임들이 출시됐다. 특히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출시 한달 만에 글로벌 누적 매출 1500만 달러(한화 약 198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웹툰 기반 게임이 새로운 흥행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드라마가 되어 흥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작년 하반기 웹툰 원작 드라마 ‘무빙’은 화제가 됐다. 8월 첫 공개한 20부작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은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앤드OTT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 등 6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웹툰 원작 ‘비질란테’,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도 웹툰 원작으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피라미드 게임’, ‘닭강정’ 등이 드라마로 재탄생해 시청자와 만난다.
인기가 검증됐다는 점에서 드라마 제작사는 웹툰 IP를 선호하고 있다. 한 웹툰 관계자는 이미 국내외 독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라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장선에서 게임IP 성공이 다른 콘텐츠로 이어지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P를 통해 콘텐츠 영역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