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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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약바이오 분야의 신규투자 급감으로 ‘혹한기’를 겪은 ‘K-바이오’가 기술수출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나타냈다.

지난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3년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총 계약금액이 8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개된 계약을 바탕으로 산정한 수치로, 2022년(6조3000억원)보다 1조7천억원 늘어났다. 계약 건수도 16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제약바이오산업 2023년 기술수출 실적.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산업 2023년 기술수출 실적.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막판 스퍼트’···조 단위 ‘빅딜’

‘종근당’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의 계약이 2023년 기술수출 규모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과 레고켐바이오는 각각 지난 11월과 12월에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조 단위 계약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특히 지난해 신규투자 급감으로 위축됐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 

종근당은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와 신약후보물질 ‘CKD-510’에 대해 1조730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노바티스는 종근당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독점적 권리를 갖게됐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 물질로,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이다. 해당 물질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을 비롯한 희귀물질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에서도 개발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임상 방향에 따라 어떤 질환에서 상용화가 먼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또 레고켐바이오는 세계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LCB84’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조2400억원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1300억원이다.

LCB84는 대장암, 삼중음성유방암 대상으로 하는 ADC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이 계약을 통해 얀센은 LCB84의 개발과 전 세계의 상용화에 대한 권리를 갖고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임상 1·2상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레고켐바이오의 계약이 세계 항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에서 이뤄진 계약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대웅제약·SK바이오팜 ‘활발’

지난해 대웅제약은 다양한 국가와 총 4건의 계약을 진행,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중 가장 많은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영국 제약사 CS파마슈티컬스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에 대한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천130억원이다.

지난해 2월에는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대웅제약은 브라질 제약사 목샤8에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을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계약은 지난 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중남미 국가에 수출한 파이프라인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어 6월에는 미국 제약사 비탈리바이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DWP213388’에 대해 6천391억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의 기술수출 계약은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와 항암제 ‘DWJ108U’ 서방형 주사제의 미국 내 임상 개발과 상업화 권리에 관한 공동개발, 기술수출 및 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통해 대웅제약은 DWJ108U를 미국 시장 내 최초 제네릭으로 출시하기 위해 비임상과 제조 및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5년 연속 기술수출했다. 작년 8월에는 중동 제약사 히크마와 30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노바메이트는 팔레스타인을 제외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MENA 지역 16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2019년부터 브라질, 아일랜드, 일본, 스위스 등 다국적 제약기업과 기술수출 계약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신약 개발을 통해 해외 진출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내놓는 것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길인데, 제약업계가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기술수출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