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 로고. 출처=각 사
국내 정유 4사 로고. 출처=각 사

이제 숨통이 막 트이기 시작한 정유사에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되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세로 인해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조원 가량 늘어나자 횡재세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것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과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정유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87.3% 상승했다”며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횡재세 도입론자들은 영국과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이미 횡재세를 도입한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기업에 대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이익의 33%를 연대 기여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정유업계는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해외 석유사업자를 동일하게 보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횡재세를 도입한 유럽 등 국가의 석유기업의 경우에는 원유 시추부터 직접 시행해 유가가 오르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는 반면, 국내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한 후 정제과정을 거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환율 등의 요인에 따라 부담의 폭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앞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저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세로 인해 정유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과 지난 2분기 정유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유가 및 정제마진이 상승세로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 대비 4조원가량 늘어나며 횡재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4사의 올해 3분기까지 정유부문 누적 영업이익률은 평균 2.8%로 파악됐다. 에쓰오일 3.2%, GS칼텍스 3.0%, SK에너지 2.8%, HD현대오일뱅크 1.9% 등 순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정유업계 정유사업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7%로 같은 기간 국내 40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6.3%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에도 미치치 못하는 수준으로 해외 사례를 동일하게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유 기업들이 앞서 팬데믹 시기에 적자를 봤을 때는 정부의 별다른 지원이 없었던 반면, 수익이 나자마자 횡재세를 거두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