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잠하던 이커머스 판이 흔들리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투자회사 큐텐(Qoo10)이 업계 4위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면서다. 큐텐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했다. 11번가까지 인수하면 신세계그룹을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합산 점유율 3위에 오를 전망이다.
19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5000억원 규모로 11번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11번가 최대주주(지분율 80.26%)인 SK스퀘어는 큐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고 매각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인수대금 조달을 위해 펀드를 조성 중이다.
SK스퀘어의 11번가 매각 추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 프리IPO(상장 전 주식투자)로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내건 ‘5년 내 상장’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서다. SK스퀘어는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에 연 8% 이자 상환을 약속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11번가 지분 18.18%를 보유한 2대주주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됐다.
큐텐은 11번가를 인수하면 이커머스업계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신세계그룹(SSG닷컴+G마켓) 13% ▲11번가 7% ▲카카오 5% ▲롯데온 4.9% ▲위메프 3.9% ▲티몬 2.8% ▲인터파크커머스 2% 등이다. 큐텐은 위메프(3.9%), 티몬(2.8%), 인터파크커머스(2%) 등에 11번가 점유율 7%를 더하면 총 15.7%다. 신세계그룹 합산 점유율 보다 2.7%p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시너지다.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해외 직구와 물류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커머스업계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청사진에 의문을 표한다. 물류만으로는 통합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2021년 당시 이커머스 시장 3위이던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가 인수 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한다. 큐텐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커머스 3사를 인수하고도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추가 투입자금 문제도 우려점 중 하나다. 11번가 매각대금은 5000억원 규모로 큐텐은 동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펀드 조성이 무사히 진행돼도 매각대금 자체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 돌아가야 한다. 11번가 입장에서는 이후 투자비는 유상증자나 차입 등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큐텐 외의 인수 후보자도 거론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미국 아마존 등과도 매각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글로벌 이커머스업체로 11번가의 상품, 해외직구 등의 경쟁력 향상이 예상된다. 물론 거대 글로벌 기업인 만큼 투자금 확보도 용이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11번가 관계자는 “2018년에 받은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투자 유치 계획에 대해서 SK스퀘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11번가는 매각과 별개로 기업공개(IPO)는 계속 추진할 전망이다. 이커머스업계는 코로나19 시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없지만, 오프라인 쇼핑의 전환으로 이커머스의 꾸준한 영역 확장을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