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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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반려동물 보험만 판매하는 펫보험 전문보험사가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이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현재 1% 내외인 펫보험 가입률을 높이려면, 전문보험사 설립보다는 반려동물 진료 관련 정보를 축적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16일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펫보험 상품 다양화 ▲반려묘 등록 의무화 ▲진료 항목 표준화 ▲동물병원 등에서 판매 가능한 반려동물보험 상품 범위 확대 등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내용은 반려동물 보험만 판매하는 전문보험사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항목이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자들이 차별화된 반려동물 보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 소비자보호 조치, 사업계획의 건전·타당성 등을 심사해 진입 허용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려동물 전문보험사에 대한 보험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에서는 ‘메리트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자회사 형태로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는 얘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굳이 전문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독립적인 조직을 출범시킨다면 회사 운영 차원에서 편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가 꼽는 ‘펫보험 장벽’은 진료비 및 진료기록 등 관련 정보가 부족해 합리적인 보험료율을 산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펫보험 보험료를 비합리적이라고 느껴도, 데이터의 한계 때문에 이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보험사가 나타나도 펫보험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이 활성화되려면 진료수가 안정화가 먼저”라며 “업계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실질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정보 부족으로 펫보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개선 방안에도 반려동물 진료 관련 정보를 쌓을 수 있도록 진료부 발급 의무화 및 진료항목을 표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진료부 발급 의무화는 수의사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앞으로 수의업계와 보험업계 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수의업계는 과거부터 동물 의약품 오·남용을 우려해 진료부 발급 의무화를 반대해 오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의 경우, 전문 의약품도 약국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어 진료부를 공개할 경우 자가 진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수의업계와 보험업계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관계부처, 수의업계, 보험업계 등과 지속 소통해 상기 방안에서 제시한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 과제가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며 “관계부처뿐 아니라 수의업계, 보험업계 간 협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