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 납부와 달리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데도 카드로 국세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빠듯한 경우 할부 서비스를 통해 자금 관리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받을 수 있는 혜택 크기가 수수료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16일 국세청이 한병도 국회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납부한 국세는 21조6675억원으로 2019년 11조4534억원에 비해 10조 넘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납세자가 부담한 납부 대행 수수료도 879억원에서 1662억원으로 증가했다.
보통 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 수수료는 지출하는 사람이 아닌, 카드 가맹점에서 부담하지만 국세의 경우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해야 한다.
지방세의 경우 지자체와 카드사간 협약으로 납세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국세의 경우에는 수수료가 면제되지 않는다. 신용카드의 경우 0.8%, 체크카드의 경우 0.5%가 부과된다. 신용카드로 국세 500만원을 납부하려면 4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국세 카드납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분할 납부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제외하고도 포인트 적립, 이벤트 등을 활용하면 내는 수수료보다 받는 혜택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지방세보다 금액 큰 국세…할부 이용해 유동성 관리
국세 카드납의 장점으로는 우선 카드사의 할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A카드사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장점이 있어 국세 카드납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기간은 다르지만 여러 카드사에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현대·비씨·우리·농협·하나카드 등에서 국세 5만원 이상 납부 시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 10~12개월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세법상 분할 납부 제도를 통해 국세를 나누어 낼 수 있지만, 카드보다 그 기준이 까다롭다. 현행법상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의 경우 분납이 가능하지만 부가가치세는 분납을 할 수 없다. 또 하한선이 있어 소득세는 1천만원,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250만원을 초과해야 분납 신청이 가능하다.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결제일까지 납부기한이 연장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일시불로 국세를 납부해도 결제는 한 달 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납부 수수료보다 받는 혜택이 큰 경우도
카드사 포인트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시민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권모씨(50)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카드로) 세금을 내면 포인트 적립도 되고 다른 지인은 캐시백(현금환급)을 받기도 했다”며 “절차가 편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도 장점이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
일부 카드사는 국세를 납부한 금액에도 자사 포인트 및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주고 있다. 신한카드는 상품에 따라 자사 할인 서비스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국세 납부액의 일정 비율을 자사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에는 결제 금액 1000~1500원당 1~2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 상품이 마련돼 있다. 국세 납부 금액이 클 경우 적립한 마일리지로 무료 항공권을 발급 받으면 부담한 수수료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사 포인트를 활용해 국세를 납부할 수 있기도 하다. 현대카드는 자사 포인트인 M포인트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1원당 1.5 M포인트가 차감돼, 세금 1만원을 1만5000포인트로 대체해 납부할 수 있다.
국세 및 지방세 납부 시 할인을 해 주는 카드 상품도 있다. KB국민카드의 직장인보너스체크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인 경우 세금 10만원 이상 납부 시 7천원을 환급 할인해 준다. 만약 종합소득세 100만원을 내야 한다면, 수수료로 5000원을 내도 2000원 이익을 보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는 달에는 카드사들이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지난 5월 우리카드는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로 국세를 납부하면 ▲50만원 이상 5000원 ▲100만원 이상 1만원 ▲200만원 이상 2만원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국세 납부 시 결제 금액에 따라 1~7만원을 캐시백 해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다만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카드사 실적이 악화하면서 카드사가 제공하는 국세 납부 혜택은 줄어드는 중이다. C카드사 관계자는 “국세 마케팅은 수익성보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조달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사실상 적자”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