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를 웃도는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반도체 업황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약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완만해지는가 하면, 일부 품목은 가격 상승의 지표가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반도체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시장 분위기의 변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는 8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고정 거래가격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오랫동안 이어지던 DDR4 D램 가격의 급락세는 전월 대비 ‘보합’ 혹은 ‘소폭 하락’으로 전환됐다.
최근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차세대 메모리 DDR5 D램의 고정 거래가격은 7월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의 경우 전체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는 ‘512Gb TLC’의 가격이 7월 대비 2.9% 상승하며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보여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메모리 시장의 변화에 대해 “주요 D램 공급 업체들이 감산(減産)을 실행한 이후 제품 가격 하락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고정 거래 가격의 안정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품목에 따라 올해 3분기에는 지난 분기 대비 5%까지 가격이 오르는 제품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업체 주도의 판매 가격 ‘인상설’
가격 급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멈추기 위해 마이크론·키옥시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감산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의 둔화는 업체들의 감산으로 인한 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일부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국내 한 미디어는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직전 계약보다 최대 20% 인상된 판매 가격으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별 제품 거래 조건은 외부에 공개될 수 없는 회사의 기밀 사항”이라면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마크 머피(Mark Murphy) 마이크론 CFO(최고 재무 책임자)는 메모리 판매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마크 머피 CFO는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개최된 도이치방크 기술 컨퍼런스에서 “낸드플래시의 시장 재고와 가격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면서 “현재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고,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각 메모리 생산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공급자가 주도하는 메모리 판매 가격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메모리 업황의 전환을 전제한 의견들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9월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 판매 가격은 7~9%, 낸드플래시는 1~2%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HBM·DDR5 생산능력 확대로 기존 DDR4 D램의 공급이 축소돼 시장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불균형의 역전이 나타날 것이며, 낸드플래시 역시 감산 및 설비 투자 축소로 가격이 상승 전환할 것”이라면서 “올해 연말이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시장 재고는 올해 2분기 대비 50∼60% 감소해 정상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황 전체 낙관은 성급하다?
재고 감소로 인한 시장 거래가격 회복, 공급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 강화 등의 변화는 곧 반도체 업황의 긍정적 반전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반기 주요 기업들의 경쟁적 신제품 스마트폰 출시로 인한 일시적 모바일 메모리 수요 증가가 반영된 거래 지표, 그리고 여전히 하락세에 있는 PC·서버용 메모리 가격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황 전체’의 분위기 반전을 이야기하기에는 한참 이르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