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이 해운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유일한 국적 글로벌 원양선사 매각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 비해 인수 후보자 면면은 다소 낯설다. 하위권 대기업인 LX·하림·동원그룹에 외국기업인 하팍로이드까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인 만큼 꾸준하게 투자하며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며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이코노믹리뷰가 HMM 인수전이 왜 이런 양상으로 전개됐고, 후보 기업들이 HMM 인수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HMM인수전에서 1차전이 끝난 가운데, 입찰 조건을 100% 만족하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매각 중단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1일 HMM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매각하는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그간 꾸준히 인수 의사를 드러내던 SM그룹이 인수를 포기하고 하림, 동원, LX,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까지 네 곳만이 남았다. HMM에 관심을 보일 '거물급 기업'으로 거론되던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그리던 청사진과는 다소 다른 모양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금동원과 경영 능력이 있는 업체가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남은 네 업체 중엔 이런 기대를 온전히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하팍로이드는 자금동원·경영 능력은 충분하지만 국적이 걸린다.
이번 매각을 통해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정리하고자 하는 주식은 총 3억9879만156주. 기존 보유 주식 1억9879만156주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한 2억주를 합친 수량이다. 영구채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때 지분율 전환가는 5000원이며 25일 기준 HMM의 주가는 1만7000원대다. 매각이 성사되면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

변수는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입찰 희망 기업에게도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당초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4조~5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던 HMM 매각 규모가 영구채 전환으로 인해 최대 6조원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이 과정에서 유력 인수 후보군이었던 SM그룹이 부담을 느끼고 빠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HMM 적정 매각가는 4조~4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은 국내 기업들은 자금동원능력이 SM그룹보다도 부족해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끼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현시점 국내 기업 3사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LX 2조4000억원, 하림 1조5000억원, 동원 6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인수자금 조달 금리가 상당하지만 인수에 성공하면 HMM이 보유한 12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손실 회복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참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럴 경우 HMM의 중장기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다. 지난해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와 유럽연합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넷-제로(기후중립)에 합의하는 등 친환경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친환경 선박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만일 FI와 손잡고 인수대금 채무를 떠안은 업체가 주인이 되면 투자 대금으로 쓸 현금성 자산을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쓰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적정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해운경기가 호황기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시점이라 HMM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구채 주식전환이 더해지면 기업가치를 더 훼손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HMM 매각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산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은의 올해 1분기 말 총자본비율은 13.11%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최저치인 13%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계속되는 와중에 자금 조달 방안으로 선택했던 HMM 매각까지 불투명해져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매각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산은은 이번 매각공고문에 “매각 절차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으며, 잠재투자자는 본건 거래 절차에 대해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끝까지 매수자가 마땅치 않을 경우, 공개 매각을 종료하고 원매자별로 인수 조건을 접수하는 ‘프라이빗딜’이나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정하고 공개 매각에 나서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