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의 본격적인 한국 방문 효과에도 미국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로 이번주(14일~18일) 국내 증시는 2600선 전후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 여행객 허용과 견조한 미국 경기·기업실적은 상승요인이다. 반면 미국의 대중 첨단산업 투자 제한 조치와 물가 재상승 우려는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의 중국 첨단 산업 투자에 제한을 거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점도 미중 갈등 재격화 조짐으로 인식돼 증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7~11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14.13p(0.54%) 내린 2591.26에 마감했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9395억원, 814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1조158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241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기관과 외국인이 793억원, 554억원어치씩을 순매도했다.
뉴욕증시에서 지난주 다우지수는 0.6%가량 오른 반면,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 1.9% 내렸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주간 단위 기준 2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지수가 2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빅테크를 위주로 한 기술주들은 오름폭이 컸지만 최근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현지시간 11일 나온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8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7월 PPI도 전달의 보합 수준에서 0.3% 상승세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중 갈등요인이 발생하고, 미국 물가 재상승 우려 등 금리 상승 요인이 잔존하는 구간에서 당분간 주가 상승 여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할인율이 높아진 구간에선 주가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종목별·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은 관심 업종으로 조선, 방산·우주항공, 전기장비, 건설기계, 면세점 등을 꼽았다.
새 주도업종 찾아라...반도체? 바이오? 중국 소비주?

2차전지주(이차전지주)들이 조정을 받으면서 증시 투자자들은 새로운 주도 업종을 찾는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현지시간 10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한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가 새로 편입됐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MSCI는 세계 주가지수 8월 정기 지수 조정에서 한국지수에 에코프로, 한미반도체, 한화오션, JYP엔터테인먼트(Ent.) 등 4개 종목을 편입한다고 밝혔다. 반면 CJ, 이마트 등 2개 종목은 제외했다. MSCI 한국 지수 내 구성종목수는 종전 102개에서 104개로 늘었다.
이번 조정 결과는 오는 31일 장 마감 시점부터 지수에 반영될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에 편입종목들에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패시브자금이 에코프로의 경우 1조2640억원, 한화오션 1200억원, 한미반도체 1130억원, JYP엔터는 19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편입 종목을 예측해 미리 주식을 매매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수급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이번 MSCI 한국지수 편입 종목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에 MSCI 한국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들은 발표일 이후 실제 자금이 들어오기까지 코스피 수익률 보다 낮은 흐름을 보였다"며 "차익실현 매물 강하게 출회된 탓"이라고 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새 MSCI 편입종목에 대한 사전 매수세가 본격화되면서, 주가 상승 시점이 계속 빨라졌기 때문에 이번 확정 발표 이후 시기에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차전지주들이 조정을 받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69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주 초인 7일까지 기준 이달 개인 누적 순매수가 3490억원어치였던 것과 비교해 지난주에는 개인 매수세가 더욱 강해진 셈이다.
앞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은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삼성전자를 5490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순매수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순매수 행진도 만만치 않다. 이달 들어개인들은 7일 하루를 빼곤 연일 SK하이닉스를 순매수했다. 한동안 순매도에 나섰던 기관들 역시 지난주 후반(10일, 11일)으로 가며 순매수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과열 논란이 제기된 이차전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종목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D램을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하자 삼성전자가 대안주로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개인의 삼성전자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개인들이 반도체를 지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관은 제약·바이오주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기관 순매수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미국발 비만치료제의 긍정적 임상결과가 꼽힌다.
지난주 초(현지시간 8일)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일주일에 1번 투약하면 비만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전해지면서 비만치료제 테마를 위주로 기관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에 더해 같은날 일라이릴리 역시 올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분기 매출액 83억1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는 2.11달러로 각각 시장전망치인 75억8000만달러, 1.98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히며 비만치료제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진 중인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관련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일라이릴리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4.87% 급등한 521.6달러에 장을 마감하면서 역사상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증시에서의 비만치료제 관련주로는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제형 변경·장기 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보유한 펩트론과 인벤티지 랩 등이 꼽혔고 기관은 이들 종목을 연일 사들였다. 아이센스 역시 현재 개발 중인 연속혈당측정기가 주목을 받으며 관련주로 분류됐다.
지난주 펩트론은 7일 하루를 제외하곤 기관이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며 5거래일동안 50% 가까이 상승했다. 한미약품은 이달들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해당 기간 동안 한미약품 주가는 27만8500원(1일)에서 32만9000원(11일)으로 급등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비만치료제 이슈 뿐 아니라 9월 세계 폐암학회와 10월 유럽 종양학회에서 여러 임상 결과들이 대기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 잡을만한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대형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미국 진출 성과 확인 등 여러 모멘텀들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이 6년 만에 한국행 단체 여행의 빗장을 푼다는 소식에 여행, 면세점, 화장품, 카지노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국화장품(29.91%), 한국화장품제조(29.87%), 토니모리(29.94%), 제이준코스메틱(29.98%), 잇츠한불(29.94%) 등 화장품 업종에서만 5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도 뷰티스킨(30.00%), 코리아나(29.92%), 리더스코스메틱(29.90%), 마녀공장(29.87%), 오가닉티코스메틱(29.56%) 등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같은날 카지노주인 롯데관광개발도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올라 1만33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GKL(20.45%), 파라다이스(18.13%)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에이블씨엔씨(22.49%), 아모레G(20.00%), 코스맥스(19.04%), 호텔신라(17.30%), 현대백화점(15.40%), LG생활건강(13.31%), 에어부산(12.16%), F&F홀딩스(12.04%), 하나투어(10.0%) 등이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아난티(25.26%), 클리오(22.90%), 노랑풍선(17.40%), 참좋은여행(9.50%)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11일에는 상승폭과 주가 방향성에 있어 업종별 차이를 보였다.
화장품주는 10일에 이어 11일까지 이틀 연속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10일 상한가를 기록한 한국화장품(29.99%), 코리아나(12.97%)는 11일에도 두 자릿수 강세를 이어갔다.
10일 급등세를 보인 면세주와 여행주는 11일에는 다소 상승폭을 줄이긴 했지만 긍정적 주가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카지노주는 10일 하루 상승한 뒤 11일에는 혼조세를 보였다.
저평가 매력과 중국의 최대 명절 중추절 및 국경절 연휴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은 긍정적 재료를 많이 갖고 있지만, 과도한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해제 기대가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오는 추석 전후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이번 해제 조치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코로나 직전의 30∼40%를 회복하고 과거와 같은 비중으로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약 181만명의 방문자가 예상된다"며 "만약 예상보다 수요가 좋다면 241만명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올해 중국인들의 여행 소비 패턴이 해외보다 국내를 더욱 선호하고, 지역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경쟁 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올해 엔화 약세까지 더해져 일부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에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