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각에 나선 ABL생명 인수전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시장 특성상 변수가 많은 데다, ABL생명의 기업 가치 평가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 등을 고려할 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원매자들이 본입찰까지 완주할지 주목된다.
1일 투자은행(IB)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30일 마감된 ABL생명 예비입찰에 JC플라워,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원매자 3곳은 실사에 돌입한 상태로, 이르면 8월중 구속력 있는 제안(Binding Offer)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BL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매각을 위한 법률자문사로 김앤장을 선임한데 이어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원매자를 물색해온 바 있다. 매각 대상은 ABL생명 지분 100%로, 매각가는 3000억원에서 4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구속력이 없는 예비입찰 단계까지 참여했다가 이후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권은 이들 원매자들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갖고 본입찰까지 참여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ABL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파운틴헤드PE는 올해 1월 설립된 신행 사모펀드 운용사다. 신승현 전 MG손보 경영총괄이 설립했다. 앞서 KDB생명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는 빠졌다.
노틱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됐으며, 금융업종 인수 진행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틱인베스트먼트는 ABL생명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보험업에 대한 연구 및 인수 준비를 진행해 왔다는 후문도 돈다.
실제 은행, 캐피탈, 증권 등 국내 대형 금융기관 출신의 파트너들이 포진해 있다. 전 KB생명 부사장을 비롯한 보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실사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은 BNK지주 회장 최종 숏리스트에도 오른바 있다.
JC플라워는 1998년 설립된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로, 2015년 KT캐피탈과 두산캐피탈, 2016년 HK저축은행 등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바 있다.
인수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금융사를 인수하려면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모펀드 운용사로선 부담이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참여가 제한되며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전략적으로 금융사와 손을 잡고 입찰에 참여하기도 한다. ABL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3개사 중에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이 보험사 인수 의지를 내비춰온 금융지주사들이 이번 ABL생명 인수전에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자본 적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본 확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KDB생명보험의 최종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ABL생명은 1954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출범한 생명보험사인 제일생명이 전신이다. 총자산 및 수입보험료 기준 약 2% 초반의 시장점유율 보이고 있는 중견 생명보험사로 분류된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 성장이 정체되는 등 보험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ABL생명은 수익성 높은 보장성 보험 위주의 신규 계약률이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다만, 여전히 저축성 보험에 대한 수입보험료 비중과 운용중인 자산에서 채권에 대한 비중이 높은 편에 해당되고 있어 상품 및 채널의 구조조정과 함께 운용중인 자산의 포트폴리오 변경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 적정성 평가지표도 개선해야할 과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ABL생명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163.6%로, 총 13개 보험사의 평균 K-ICS비율(202.9%) 대비 낮게 나타났다. 신지급여력제도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경과조치 전 비율’은 111.4%로, 이도 13개 보험사의 평균치(121.9%)를 밑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