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촉구하며 13일 총파업에 전격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 등을 내세우며 파업을 벌인 이후 19년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국 145개,조합원 수는 4만5000명으로 추산되며, 역대 최대 인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 있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 다양한 직역들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필수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하고 응급대기반을 가동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수술 취소와 입원 중단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45개 의료기관, 4만5000명 참여 추정

보건의료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를 비롯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 가운데는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없다. 그러나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전국 20여곳의 상급종합병원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노조는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환자 피해와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이틀간 '투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과 함께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내일(14일)은 서울과 부산, 광주, 세종 등 4곳의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등 7대 요구안 제시

노조측은  ▲보건의료인력 확충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9.2 노정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노조 측은 총파업 기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 내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PR팀)을 구성 및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이 대규모이고 다양한 직역들이 참여한 만큼 의료 현장에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부산대병원 분원인 양산부산대병원과 부산어린이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 또는 전원하도록 했다. 국립암센터는 파업이 예고된 13~14일에 있는 모든 수술을 미뤘다.

또 국립암센터는 지난 10일부터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파업 중 병상 상황을 고려해 11일부터는 수술 환자 수를 줄인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홈페이지에 파업 예정 사실을 알리고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정상 진료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지했다.

서울 도심 극심한 교통정체 이어져 

궂은 날씨에도 이어진 보건의료노조의 상경집회 여파로 이날 집회가 벌어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엔 극심한 교통난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80개 부대, 경력 4800명을 곳곳에 배치해 안전확보에 나섰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경 세종문화회관 근처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11km 정도로 정체상태를 빚었다. 종로구청에서 세종재로 사거리로 진입하는 도로 역시 통행 속도가 11km 안팎으로 심한 정체를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총파업 대회를 마무리한 이후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진행되는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와 거리행진에 참여했다. 오는 14일엔 서울과 부산, 광주, 세종 등 4개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당정, 총파업에 단호히 대응..."필수의료 서비스 유지"

 정부 여당은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돌입과 관련해 응급실, 수술실 등 필수 의료서비스를 차질 없이 유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당정은 국민들의 의료 이용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상 진료 대책을 점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응급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 의료 서비스는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 병원협회, 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또 "파업이 예정된 상급종합병원 장들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입원환자 입원 등이 불가피할 경우 인근 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해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필요한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병원도 근무조 재편성, 유사시 대체 인력 투입을 통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정부도 이들 병원에 필요한 인력지원과 인근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당하지 않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의 파업 계획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이라도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 파업 동참계획을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